치과 메타버스 구축 나선 경북도, 치과계는 “NO”

2022.10.19 19:35:57

보철물 제작, 데이터베이스 구축 신기술 도입
치과계 의견 수렴 부실, 사업 계획 곳곳 허점

 

경상북도가 도내 신산업 주요 육성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치과진료 구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치과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의견 수렴 과정도 다소 미흡한 데다, 발표 자료에도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도는 최근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메타버스 치과진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를 참고해 도와 기업, 병원이 협업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스마트 시니어 구강관리 사업 ▲고령사회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디지털 기술의 치과 진료의 이용 ▲메타버스와 증강현실(AR) 글라스 시장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3차원 치아스캐너 ▲디지털 치과진료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메타버스는 건강관리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경북도의 사업에 치과계는 강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대표 단체인 치과의사회에 공식적인 협조나 자문을 요청한 바가 없으며, 이번에 열린 세미나 내용도 현실과 다소 괴리됐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기기를 활용한 치과 의료비 부담 경감, 디지털덴티스트리를 통한 보철물 제작 데이터베이스 수집 및 플랫폼 구축 등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첨단기기를 활용한 의료비 저감의 경우,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 사용 시 불필요한 치과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주된 골자로 삼고 있다. 이로써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부조리한 주장이라는 의견이다. 더 많은 첨단의료기기를 적용할수록 환자 의료비는 필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내원 횟수를 줄인다고 해서 의료비 부담이 경감될 것이란 주장은 불합당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원 횟수는 치과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므로 이를 첨단의료기기 사용 유무를 기준으로 정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덴티스트리 기반의 보철물 제작 중개 플랫폼 설치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입장이다. 더욱이 현재 상당수 치과에서 구강스캐너를 운용해 효율적으로 보철물을 제작 중인데, 경북도에서 새로운 중개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은 기존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일종의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치과계에서는 메타버스 도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 소지가 크다고 봤다. 또 이러한 정보가 민간에 무분별하게 축적되면 향후 마케팅 사업 분야로 오용될 소지가 높아, 이미 과열된 치과 개원 환경을 더욱더 황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치과계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경북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도민의 구강보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지부는 “경북도의 메타버스 치과진료 사업에 깊은 우려와 반대 입장을 전한다”며 “이미 치과는 높은 접근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실효성보다 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