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2023.02.01 14:52:33

Relay Essay 제2538번째

솔직한 마음으로, 치위생과가 꿈꾸어 왔던 학과는 아니었다. 희망했던 학과와는 전혀 다른 계열이었고 흥미 있던 학문도 아니었으나 삶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듯 이런저런 이유로 어느 순간 내가 치위생과에 와 있었다. 물론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빠른 취업’이긴 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애써 무시한 채 학부 시절 초반기엔, 숱한 고뇌와 내 사정을 모르는 타인이 주는 마음의 상처로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신입생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좋아하지도 않아서 내가 과연 능력 있는 치과위생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아득한 생각으로 멍하니 실습실에 앉아 막막하곤 했다.

 

그랬던 고민의 시간이 쌓여 내 삶의 토대를 이뤘고 방황의 시절을 지나 학문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구강보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해가 거듭될수록 열정에 가득 찬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이런 마음은 국가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도 이왕 합격할 것이라면 121점이 아니라 180점은 넘어서 합격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9월 어느 날에 지도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우린 지금 전력 질주할 시기야.” 생각하면 아직도 미소가 지어지는데, 너무나 강직하면서도 무기력하던 나의 가장 큰 사기를 높여주었던 말씀이었다. 순간순간 경복대학교 치위생과 교수님들과 나눴던 대화와 무한한 격려가 지금의 성실한 나를 만들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단 말 전하고 싶다.

 

9월부터 10월까지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전력 질주에 힘을 썼다. 늦은 시간 학교에서 돌아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계획한 공부량을 다 끝냈다. (하루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본인의 스타일을 파악하여 계획하고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또다시 이른 아침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차 안에서 요약집을 보곤 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던 것 같다. 11월부터 시험 전까지는 비교적 차분히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를 개념과 함께 정리하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오답 정리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맞춘 문제는 다시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맞았던 문제도 계속해서 노출되는 게 중요하고 의외로 헷갈렸는데 맞춘 경우도 많기에 그러한 문제는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표시해두었고, 재차 정리해 보았던 것이 오답률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따로 집중적으로 국가고시 준비를 한 기간보다 학기 중에 집중했던 것이 기본 베이스로 작용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았다. 방대한 과목의 양을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모의고사를 ‘많이’ 푸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정확히’ 풀고, 분석해서 치위생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을 여러 번 보는 것도 점수 올리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모의고사나 기출문제, 요약집을 보다 보면 긴가민가한 개념이나 오류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그럴 때 그냥 넘어간 적이 없고 끝까지 교과서를 뒤적이며 근거를 찾아냈는데 실제로 국가고시에도 출제된 문제가 많아서 뿌듯했다.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다면 너무 쉬워서 출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몇 번 보지 않고 넘어간 문제들이 출제됐다. 또, 그림을 보고 추론하는 문제도 자주 출제되는 추세라 교과서를 꼼꼼히 봤지만,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출제되진 않아서 그림의 몇 가지 핵심을 파악하여 무엇인지 유추하는 연습도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심적으로 여유도,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잘 해내고 싶고 애매한 실력을 확실한 능력으로 바꾸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더욱 수석이라는 기회가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치과위생사가 되라는 의미 같아서 감사했다. 이 두근거리는 마음 잊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는 따듯하고 현명한 치과위생사가 되고 싶다.

 

끝으로 저의 공부 과정을 수기로 남길 수 있어 영광스럽습니다. 글재주가 워낙 없어 무어라 깔끔히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답은 아닌 저의 과정을, 부끄럽지만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을 담담히 써 내려갔습니다. 넘치게 노력하고 있는 치위생과 후배분들께 응원으로 글의 말미를 마무리 짓고 싶은데 저의 글이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해냈으니, 당연히 합격에 큰 어려움 없을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

황민경 제50회 치과위생사 국시 수석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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