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구강노쇠’가 노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한국형 진단 기준이 수립되는 등 제도화 첫걸음을 뗐지만, 진단 이후 관리로 이어지는 연계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의 ‘구강노쇠의 상병명 등재와 구강노쇠 진단 및 관리법의 신의료기술 등재 방안’(연구책임자 강정현) 제하의 연구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2023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대한노년치의학회는 국내 현실에 맞춘 구강노쇠 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은 저작능력, 교합력, 삼킴기능, 타액선기능, 구강청결, 설·구순운동능력 등 6개 항목 중 3개 이상(단, 저작능력 필수 충족)에 해당할 경우 구강노쇠로 진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진단 이후다. 현재 구강노쇠는 상병명으로도 등재되지 않았고, 관련 진단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도 없는 상황이다. 치료 재료의 수입 절차, 의료기기 허가,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상대가치 산정 등 전 단계에 걸쳐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것이 문제다.
구강노쇠 진단에 활용되는 여러 장비도 국내 수급과 허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저작능력 평가에 사용되는 색변화 껌은 일본 롯데 제품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수입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구강점막의 습윤도를 측정하는 장비 Mucus® 역시 국내 유통망이 없다. 교합력 측정장비 Dental Prescale II®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인정 여부가 불명확하다.
또한 일부 진단 항목은 기존 의료기술과의 중복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삼킴능력 평가는 재활의학과에서 사용되는 연하장애 검사와 겹칠 수 있고, 구강위생 상태 평가는 기존 치태조절 교육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기존 기술’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구강노쇠 진단의 급여화를 위해 정책 시범사업 경로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시범사업은 의료기기 허가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도 새 항목을 적용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후 급여 진입을 위한 과학적·사회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