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에 중독되지 않기

2023.02.22 16:16:13

스펙트럼

스펙트럼 칼럼의 마감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글감이나 제목을 미리 생각해 놓고는 합니다. 그때 유난히 일의 효율도 떨어지는데 여유는 없어서, 왜 그렇지 의문을 가지다가 지나치게 분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일을 많이 해서 바쁜 것과는 다르게 분주하다는 것은 산만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상태입니다. 쉬어야 할 때도 여유를 갖고 충전을 하는 쉼이 아니라 분주하게 스마트폰을 보거나 한 콘텐츠를 끈기를 갖고 오래 깊이 보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분주의 사전적 의미는 국어사전에서 “몹시 바쁘게 뛰어다님”을 의미합니다.

 

분주함을 일이 많고 바쁨과 동의어로 착각하면서 긍정적 의미까지 부여하면 분주함에 점점 더 중독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체계적인 바쁨과 다르게 일들이 밀려서 점점 쌓여가는 상황으로 가기 쉬우며, 마감을 수시로 못 지키게 되고, 그때그때 정말 급한 것들만 처리하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스마트폰, 메신저, 메일의 알림들은 더욱 우리를 분주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서서히 분주함에 중독되면 자각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집니다. 일을 안하고 쉬는 시간이 되어도 분주함을 유지하는 그 습관만은 남아 제대로 못 쉬고 분주하게 스마트폰 뉴스나 콘텐츠를 소비합니다(제대로 한편의 콘텐츠를 여유있고 깊이있게 보는 것과 다릅니다). 또는 그 고통을 잊으려고 불필요한 혼술을 하게 됩니다.

 

물론 분주함은 절제하고 중독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완전히 차단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감 전날 등 필요할 때는 분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루틴이 되어버리면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쉬는 것도 쉬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짜증도 잘 내게 되고,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현대사회에서 분주함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으니, 필요할 때만 분주하려고 하고, 분주함에 중독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에 의식적으로 분주함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분주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고, 체계적인 바쁨을 지향하려 했지만 과한 한가함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잠깐의 사색할 수 있는 유익한 한가함을 누리면서 나머지를 체계적인 바쁨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매우 어려웠습니다. 마치 술을 적당히 즐기며 마시는 절주가 금주보다 어려운 것처럼, 한가함이나 분주함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방향을 틀면 적절하게 균형점을 찾고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래 초고에는 분주함에 중독되지 않아야 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요령에 대해서 적어둔 몇 개의 글감이 있었는데, 일주일 동안 지나면서 다시 보니 아닌 부분이 많아서 삭제하였습니다. 나중에 제가 더 많이 노력해보고 실패하고 깨달은 뒤에 다시 써보려 합니다.

 

욕망이 있기에 성취를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고통은 당연하지만 이왕이면 덜 고통스러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 유난히 많이 들어 분주함에 대한 제 생각을 부족한 글솜씨로 공유드립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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