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박리다매식 판매와 미흡한 복약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잇몸약 등 구강질환 관련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환자가 약만으로 증상을 넘기다 치과 진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는 이 약국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개장했다.
우선 커다란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창고형 약국 GRAND OPEN’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약국 입구에는 카트가 나란히 줄지어 있고, 수 명의 고객들이 카트에 원하는 약을 담으면서 자유롭게 쇼핑하고 있어 여느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130평 정도의 매장 내부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부터 반려동물용 의약품까지 2500여 종의 약품을 대형마트처럼 쌓아두고 판매하는 형태를 갖췄다.

약들은 소비자들이 찾기 쉽게 ▲구강·치아 ▲모발 ▲안구 ▲기능성화장품 ▲자양강장 ▲관절·뼈건강 ▲갱년기 ▲간 ▲장 ▲벌레 ▲영양식 ▲의료용품 등 20여 분야로 분류해 구역별로 진열돼 있다.
특히 구강 관련 제품도 다수 눈에 띄었다. 잇몸약, 치약, 칫솔, 구강세정제 등이 전용 매대에 별도로 구성돼 있다. 이날 만난 고객 A씨는 “평소 잇몸이 약해 관련 약품을 집에 상비해 두는 편인데 이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직접 비교해서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님 B씨는 “이런 대형 약국이 생겨서 편하게 다양한 종류의 약을 구매할 수 있어 좋다”며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약들이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약국 관계자는 “구강 관련 제품 및 다른 의약품도 앞으로 더 들어올 예정”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끌며 제품 선택이 가능하고 또 약사도 상주해 있어 상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국가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창고형 약국’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셀프계산대 운영, 조제용 일반의약품의 대용량 판매, 택배 배달 서비스 등 대형마트형 영업방식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과 개원가에서도 해당 약국의 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약국 인근에 위치한 한 치과 관계자는 “잇몸약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약으로 해결되는 범위가 아닌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이 자신의 상태를 자가 판단해 치과 내원을 하지 않는 등의 영향이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김영진 박사(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는 “코로나19 시기 감기약 등 수급 문제가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약품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약으로 넘기다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고, 특히 박테리아, 치석, 치태 등 근본 원인을 방치할 경우 결국 발치나 임플란트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