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장: 이석초 치협 공보이사
▶패널
- 이민정 치협 부회장
- 고홍섭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
- 최영균 스마일재단 이사
지난 1925년 태동한 우리나라 치과계가 100년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 세기 우리 치과계는 ‘K-Dentistry’의 이름을 국제사회에 빛내며, 대한민국을 명실공히 치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현재 치과계는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정책·인구·산업 구조부터 인공지능(AI)을 위시한 기술 혁신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100년은 높은 장벽으로 치과계를 시험하고 있다. 이에 치의신보가 치협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치과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위기를 진단하는 한편, 슬기로운 대응 방안을 각계 오피니언리더와 함께 모색하는 기획 지상 포럼 4부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금이 골든타임. 다시 없을 기회다. 모두가 초고령사회와 돌봄이라는 낯선 세계로 뛰어드는 이 시기 치과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치과계 구성원 모두가 설 자리를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
초고령사회 속 치과계를 바라다보는 눈이다. 그만큼 치과계가 후발주자의 위치에 놓여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돌봄’은 오는 2026년 3월 27일 시행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을 계기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을 재편할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과 또한 해당 법률 제4장 제15조 6호에 ‘방문구강관리’가 포함된 것을 계기로 세부 규정 제정 등을 위한 치협 차원의 특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제도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한 총체적 대응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치과계 100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획 포럼, 그 첫 번째 주제를 ‘초고령사회와 치과 의료’로 선정하고,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오피니언리더를 초청해 지난 8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띤 토론의 장을 열었다.
포럼 좌장은 치의신보 편집인인 이석초 치협 공보이사가 맡았다. 이어 패널로 이민정 치협 부회장, 고홍섭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이하 대노치) 명예회장, 최영균 스마일재단 이사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홍섭 교수의 ‘돌봄통합법 및 방문치과진료 시행을 위한 치과계의 준비’ ▲이성근 명예회장의 ‘대한민국 구강돌봄진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최영균 이사의 ‘요양기관에서의 치과 진료 현 상황 및 문제점’ 등 각 패널의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또 이를 바탕으로 패널 토의를 진행해, 치과계가 당면한 해결 과제를 공유하고 나아가야 할 공통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석초 공보이사는 “치협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치의신보가 치과계 미래 100년을 고민할 수 있는 네 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특히 초고령사회는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영향을 일으키는 요인으로서 치과계 모두가 고민해야 할 주제”라며 첫 번째 포럼의 문을 열었다.
■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
“첫 단추가 중요, 한번 놓치면 돌이키기 힘들어”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새로운 전기
구강 돌봄시스템 구축, 법·제도 정비 서둘러야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성근 대노치 명예회장이 ‘대한민국 구강돌봄진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특히 이 회장은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담론은 지난 2004년 대한노년치의학회가 창립됐을 당시부터 주창했으나 그 첫 단추를 꿰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고, 그에 따른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도 도입 당시를 예로 들었다. 이때 핵심적인 법·제도적 정비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요양병원 설립 자격에서 치과의사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못한 치과계 숙원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당시 요양병원 설립 자격에서 치과의사가 배제됐고 이는 이후 노인 구강 돌봄 사업을 전개하는 데 극복하기 힘든 난관으로 작용했다”며 “그때 치과의사에게 자격이 주어졌더라면, 오늘날 구강 돌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온갖 연구나 보고 자료도 진즉 마련돼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치과계는 구강 돌봄 시스템 구축과 법·제도 정비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특히 대노치의 경우 지난 2012년 개설한 ‘시니어 구강관리전문가과정(시구전)’을 통해 현재까지 16기에 걸쳐 전문 수료생을 배출해 왔으며 ▲2013년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심포지엄 ▲2014년 노인요양시설 구강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 활동을 전개하며 기틀을 닦았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 2016년에는 ‘노인장기요양시설 치과촉탁의(계약의사) 제도’가 도입됐으며, 계속해서 일본 등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적용하는 등 고도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우리나라 치과계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고자 일본, 독일 등지를 견학하고 교육·연구·정책을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에 아낌없이 힘을 쏟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흐름을 거친 치과계는 이제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앞두고 있다”며 온고지신의 자세로 치과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고홍섭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직역 경계 허물고, 치과계 리더십 발휘해야”
“구강건강이 전신건강 좌우” 돌봄 현장 주도해야
구강 돌봄 정확한 기술 개발과 선제적 교육 필요

이어진 세션에는 고홍섭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돌봄통합법 및 방문치과진료 시행을 위한 치과계의 준비’를 주제로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돌봄 사회 속 치과계의 역할과 필요한 대응 요소를 제언했다.
특히 고 교수는 ‘치과의사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방문치과진료 등 초고령사회 속 지역사회 기반 의료는 다양한 직역이 참여하는 통합 관리(Integrated Care)의 형태로 운영될 텐데, 이때 치과의사가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지역사회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치과뿐 아니라 의사와 한의사, 간호사, 때로는 임상영양사, 작업치료사 등이 다학제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느냐, 무엇보다 그 가운데에서 치과의사가 리더십을 주도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고 교수는 구강 노쇠가 전신 노쇠, 그리고 죽음으로 확산·전이하는 과정을 6단계로 구분해 설명하고, 이러한 구강 건강이 흡인성 폐렴부터 당뇨,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 인지 노쇠 등 노인 전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열거했다. 뿐만 아니라 저작·발음·심미 등 여러 측면에서의 구강 기능 저하는 사회적 고립에 이어 사회적 노쇠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즉, 구강 건강이 노인 건강을 이처럼 크게 좌우하고 있으니,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돌봄의 현장에 나서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고 교수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인정되기에 복지부에서도 치과계약의사 제도를 시행하는 등 돌봄에 치과 의료를 포함시킨 것이다. 치과가 단순히 입안만 치료한다면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고 교수는 구강 돌봄에 정확한 기술 및 교육 개발을 제언했다. 예컨대 기술 분야에서는 타액 분비를 촉진하는 전기 자극 기기나 다양한 재활 운동 치료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고 교수는 교편을 쥔 입장에서 교육 현장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차로는 치과대학 학생부터 시작해 치과의사 보수교육, 나아가서는 타 직역과 환자 가족에 이르기까지 통합적 구강 돌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방문치과진료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려면 치과의사뿐 아니라 타 직역까지 교육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필요한 법·제도적 문제도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최영균 스마일재단 이사======================
“더는 ‘봉사’ 개념 안 돼, 실질적 유인책 필요”
수가 개선 없이는 치과의사 참여 확대 힘들어
요양기관 구강 항목 신설 등 제도적 지원 절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최영균 스마일재단 이사가 ‘요양기관에서의 치과 진료 현 상황 및 문제점’을 주제로 현재 장기요양기관 내 구강 돌봄 실태를 실제 체험 중심으로 풀어냈다.
특히 최 이사는 동료 치과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을 강조했다. 현재 최 이사는 서울 소재 장기요양시설 2곳의 구강보건실에서 월 2회 이상, 1년 반 넘게 진료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이는 내년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을 위한 스마일재단의 기초 데이터 축적 사업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며, 치과의사 개인으로서는 여전히 ‘봉사 활동’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마일재단은 지난 2024년 서울요양원에 국내 첫 구강보건실 설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 경기, 제주 등에 총 7개 구강보건실을 설치 및 지원했다.
최 이사는 “지금까지 장기요양시설에서 진료에 더욱 열심히 참여한 이유는 시설 입소자에게 치과 치료 혜택을 제공하자는 뜻도 있지만, 내년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의 기초가 될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기여하자는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요양시설 내 치과 진료가 ‘봉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최 이사는 수가 등 제도적 뒷받침 부재를 들었다. 특히 이는 치과의사 수급 문제로 비화해,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연착륙에 상당한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최 이사는 ▲진료 영역 ▲보조 인력 ▲교육 등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내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치과의사 수급이 다. 제도를 시행해도 치과의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때문에 제도 시행 전까지 수가가 어느 정도는 보장돼야 하며, 동시에 치과의사의 인식 개선 사업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는 ▲요양 등급 판정 시 구강 상태 평가 항목 신설 ▲장기요양기관 구강보건시설 및 인력 기준 개정 ▲치과계약의사 활성화 ▲시설 급여 중 치과 항목의 현실적 수가 추가 ▲노인요양시설 종사자의 구강위생관리 자격 요구 기준 변경 ▲요양병원 개설자에 치과의사 포함 등의 주요 제도 개선 사항을 제언했다.
최 이사는 “현재로서는 시설을 방문하더라도 간단한 진료 외 해드릴 것이 많지 않다”며 “구강 돌봄은 치과의사 몇 명이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 제도의 뒷받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협 중심, 범치과계 연대해야 제도 살린다”
이어진 포럼에서는 앞선 주제 발표를 바탕으로 열띤 자유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참여 패널 모두 이구동성으로 ‘범치과계 연대’를 강조했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더라도 치과는 시범사업 등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이때 치과계가 전략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본 사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홍섭 교수는 “의과는 벌써 3차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반면, 치과는 아직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곧 시작될 시범사업에서는 치협이 전국 각 지부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협조한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산업계도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성근 명예회장은 “가령 수가 문제를 들면, 치과계는 수가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반대로 정부는 치과의사가 먼저 참여해야 수가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조로, 양측 입장이 길항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시범사업에서 찾아야 하며, 우리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방문치과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영균 이사는 “제도적인 부분은 한번 일그러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기에,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치과계가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며 “특히 치과의사 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 치협 임원 소수만 참여하는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치협은 ‘돌봄통합지원법 및 방문치과진료 추진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돌봄 속 체계적인 치과 의료 정책 기반 마련에 회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이민정 치협 부회장은 이 같은 회무 경과를 설명하는 한편, 치과계 거버넌스 구축 활동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전까지 치협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타 직역과 공조하고 산업계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며 “치협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석초 공보이사는 “구강 돌봄은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치과의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15년 뒤 초고령사회를 넘어 후기 고령 사회가 된다. 모든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이다. 치과의사도 이제 의식을 바꿀 준비를 해나가야 하며, 오늘 이 포럼이 그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