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민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 등록 2026.01.28 15: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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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olumn

2026년 3월 27일. 우리 앞에 놓인 이 날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치과 의료의 패러다임이 ‘내원 진료’에서 ‘방문 진료’로 확장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는 분기점이다.


​특히 법 제15조는 치과의사에 의한 ‘방문구강관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보건소를 거점으로 한 시범사업을 예고했고 이미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바야흐로 ‘찾아가는 치과’ 시대의 개막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치과계의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고요하다.


​이 기이한 침묵의 원인은 명확하다. 현재 치과계가 직무 집행 정지와 선거라는 거대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 공방과 법적 다툼이라는 ‘블랙홀’이 정작 회원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민생 현안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유한하고 민생은 영원하다. 우리가 내부 권력 다툼에 매몰되어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사이 제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시행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방문 진료는 개원가에 ‘새로운 기회’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해외 사례를 넘어 ‘한국형 방문치과 모델의 제안을 치협이 주체적으로 선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고령화 파고를 넘은 일본(섭식·연하 재활 중심)과 독일(수가 가산 및 시설 협약)의 선례를 참고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선경험국들의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미리 학습하여 도입할 수 있지만 그들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높은 IT 인프라와 보건소의 행정력을 결합한 ‘보건소-동네치과 연계형 순환 진료 모델’, 즉 한국형 모델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 분산형’ 환자 매칭 시스템이다.
치과의사 개인이 환자 집을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은 진료 외적인 리스크(안전, 주거 침입 등)가 너무 크다. 법안의 취지대로 보건소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대상자를 1차 스크리닝하고, 지역 치과의사회와 협약을 맺은 개원가가 순번제 또는 구역 전담제로 방문하는 구조여야 한다. 행정적 책임은 공공이 지고, 의료적 전문성은 민간이 발휘하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핵심이다.


​둘째, 치료보다 ‘관리’에 방점을 둔 2인 1조 팀 어프로치를 최소단위로 한다.
방문 진료 현장에서의 고난도 치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위험하다. 한국형 모델은 통증 완화(응급 처치)와 전문 구강 위생 관리(Professional Oral Hygiene Care)를 핵심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치과의사는 진단과 간단한 치료를,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전문가 관리를 수행하는 체계를 정립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왕진의 도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활용해야 한다. 휴대용 엑스레이와 구강 스캐너로 확보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처치만 하고 정밀 진단이나 후속 치료 계획은 병원에서 수립하는 하이브리드 진료가 한국형 모델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치과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러한 한국형 모델이 2026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치협 집행부와 모든 선거 캠프가 움직여야 한다.


​첫째, 방문 진료를 의무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프레임을 전환해 홍보해야 한다.
회원들에게 막연한 당위성을 설파할 때가 아니다. 포화 상태인 개원가의 경쟁을 피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익 시뮬레이션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일본과 독일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근본 원인은 수익과 안전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선거를 ‘방문 진료 정책 대결’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불법‧과장 광고, 사무장병원의 척결과 치과의사 과잉 배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방문진료 아젠다를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회원들의 무관심을 탓할 게 아니라, 치협이 판을 깔아야 한다. 모든 회장 후보자에게 방문 진료 활성화 방안과 수가 현실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이슈화 시키고, 이를 공통 공약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누가 회장이 되든 이 사업만큼은 열정을 갖고 추진하겠다는 대내외적 천명이 필요하다.


​셋째, 실무형 TF를 즉각 가동하여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정치적 공백기와 무관하게 실무진은 돌아가야 한다. 보건소 중심의 사업 진행에 대비해 지부 임원들을 교육하고, ‘방문 진료 표준 매뉴얼’과 ‘필수 장비 리스트’를 담은 스타터 키트(Starter Kit)를 배포해 회원들이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려줘야 한다.


​2026년 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선거가 끝난 후,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패배를 곱씹을 때쯤이면 이미 버스는 떠나고 없을지 모른다. 지금 치과계가 싸워야 할 대상은 내부의 경쟁자가 아니라,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의 거센 파도다. 치협은 지금 당장 정치의 장막을 걷어내고, 민생의 현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석초 치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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