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자가 본 구강보건 캠페인 김 상 훈(동아일보 복지의약팀장)

  • 등록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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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행부 시도 ‘성공적’…평가 뒤따라야”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보건복지가족부가 입주해 있는 이 건물 1층에서 치실 및 치간 칫솔 사용 캠페인이 벌어졌다.
필자는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이 캠페인을 지켜볼 수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복지부 공무원들과,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회사의 직장인들이 몰려들어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날 약 3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이 캠페인에 500여 명의 공무원과 직장인이 참여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성과다.
필자가 복지부를 출입한지 만 3년이 넘었다. 의학 분야 취재를 담당했던 경험까지 합치면 이 분야를 담당한 지 6년째다. 매년 6월 9일을 전후해 이른바 ‘구강보건 주간’을 경험한 터라 이번 캠페인은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대한치과의사협회 차원의 대국민 캠페인은 거의 없었다. 지역단위, 특히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매년 치아가 예쁜 연예인을 선정해 ‘건치 연예인’이란 칭호를 붙였다. 연예인을 선정하는 것은 이벤트는 될지언정 국민에게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필자 역시 매년 반복되는 ‘연예인 선정 놀이’가 식상하던 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진행된 구강보건 주간의 캠페인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우선 9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어느 치과에서나 사전 예약만 하면 무료로 구강검진과 상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탁월했다. 굳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풀이한다면 ‘국민과 프렌들리’ 해 지려는 치협 집행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치협은 또 양치질 생활화를 내용으로 하는 대국민 홍보용 스티커를 제작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KTX 역사의 화장실에 부착했다. 필자는 복지부 기자실 옆에 붙어있는 화장실에서도 그 스티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치협은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치과의사들은 돈만 벌려고 하는 집단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동시에 치과의 문턱을 낮춰 개원가의 경영이익을 높여주는 데도 도움을 주려 했던 것 같다.


필자는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서려는 새 치협 집행부의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번 캠페인은 최근 몇 년간의 구강보건주간 중 단연 최고다.
다만 얼마나 치밀하게 캠페인이 진행됐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전국적인 캠페인을 표방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치과의사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했는지 알 수 없다. 실제 일부 치과의사들이 캠페인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불만을 품은 소비자의 항의 전화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구강보건주간을 한달도 못 남기고 새 집행부가 꾸려지고 이사회가 열렸기 때문에 캠페인을 정밀하게 기획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은 알고 있다. ‘성과’를 원했던 복지부에서 갑작스런 요청이 있었을 것이란 짐작도 할 수 있다.


치협은 이번 캠페인에 대해 몇 점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자기평가는 옳지 않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 치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면 전국의 치과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끌어들였어야 했다. 한 명의 치과의사가 열 명의 소비자 검진을 거부했다면, 이 열 명의 소비자가 치과의사에 적대적인 백 명의 ‘적(敵)’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이번 캠페인은 일단 성공적인 시도였다. 다만 캠페인의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캠페인 데이터를 취합 분석해, 그 결과를 차후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젠 치협 내부에서 post-캠페인을 벌여야 할 때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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