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3번째) 신라왕들을 알현하다!(상) / 손 창 인

  • 등록 2009.09.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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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창 인
손창인치과의원 원장


신라왕들을 알현하다!(상)

 

여름휴가! 남들은 산이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데, 나는 아내와 신라왕들을 만나러 간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경주는 이름난 몇 곳만 다녀왔을 뿐, 테마를 잡아 2천년전의 왕들과 나 나름대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또한 여행은 자연과 인생, 역사와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이니 더 더욱 노천역사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경주를 가는 것이 옳을 것 같고, 더욱이 그 옛날 선조가 말달리던 그 곳을 현대판 애마? 내 자전거로 누빈다는 것 부터 신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7월의 마지막날 SUV에 자전거를 싣고 아침 7시에 집을 떠났다. 처음 시도하는 역사 기행! 흥분과 그 먼 일을 두 바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염려가 교차한다. 중부, 영동, 내륙, 경부고속도로 4개의 하이웨이를 거쳐 경주에 도달한다. 4시간!


천년고도가 큰 대문으로 나를 맞는다. 경주는 온통 황화 코스모스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짙은 오렌지색의 바다를 이룬 꽃들의 향연, 아내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어느새 주황색으로 변하고 눈이부신 이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은 충동이 나를 유혹한다.
거리는 배롱나무(목 백일홍)의 붉은 휘장을 쳐 놓은 듯 손짓하며 우리를 맞는데 이 황홀한 자연의 환대에 혼미한 정신! 빠져나올 수 없었다.


석굴암에 오른다. 아흔아홉구비의 뱀같은 산길을 달려 토함산에 이르니 갑자기 산이 토해내는 안개에 나는 구름위의 신선이 되어가고 흐릿한 황톳길이 나를 석굴암으로 인도한다.
신라 오악중 동악! 토함산의 석굴암 1500년을 지켜온 부처의 염원을 가슴에 안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에 불국사에 들러 석가탑과 수리중인 다보탑을 보니 50년전에 그 크던 탑이 조그맣게 보이는 것은 내 인생이 황혼이 오고 있다는 의미인가?


사실 꿈이크면 사물도 크고 저무는 꿈은 사물도 작아지게 마련인가? SUV는 우리를 보문호반 한 숙소에 내려놓고 떠났다. 이제 의지할 구석이 하나없는 자전거와 아내와 나!
오직 자전거에 의지하여 4일을 달려야 한다, 300Km 가까운 거리를 두 발의 동력에 의지해야 하는 긴 여정이 나를 긴장시킨다. 머리속에 입력해둔 코스를 따라 우리는 자전거에 모든 것을 건다.
포항가는 산업도로를 따라 보문 언덕을 넘는다. 헐떡이는 숨소리만… 그러나 목 백일홍의 빨간 환대속에 피로도 가신다. 30km/h로 달리는 자전거… 헌덕왕릉!


조카 애장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41대왕! 혼란한 시기의 왕처럼 그의 무덤도 길가에서 그렇게 세월을 맞고 있었다. 북천을 따라 달리던 우리, 남으로 경주역으로 향한다. 아마 20km는 달렸을 것이다. 30도의 폭염속에 지친몸, 경주역 가로수 벤치에 털썩 주저 앉는다.
자전거 복장의 우리를 객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특이하게 생긴 자전거를 뚫어지게 본다. 쉼도 잠시 다시 길을 따라 첨성대에 이른다 선덕여왕의 첨성대! 과학을 자유화한 왕의 자비에 감탄한다.


계속 나타나는 명승고적, 대릉원, 미추왕릉, 안압지. 22대 지증왕의 석빙고, 분황사, 선덕여왕의 대업적에 나는 절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황사를 떠나 숙소로 가는 길, 황화 코스모스의 바다를 우리는 자전거로 달린다. 피로도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하루는 이렇게 숨쉴틈 없이 지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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