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생 눈으로 본
치과계 현재와 미래
2010년 1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본과 3학년의 과목 중 하나인 특성화 선택 과정의 일환으로 나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치의신보에 오게 됐다. 요새 하도 치과계가 어렵다, 전망이 좋지 않다, 안 좋은 시기에 딱 맞춰서 치과대학에 왔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 내가 직접 치과계의 동향을 알아보고자 지원했다.
매주 학생회실에 비치되는 학교에선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치의신보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여러 해 동안 발간된 것을 찬찬히 읽어 보니 치과계의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최근의 비급여 고지제 실시와 복수의료기관 진료허용,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치·의·한 협의진료 허용 등이 화두였고, 아직까지 도입은 안됐지만 영리법인이나 노인틀니 급여화 추진에 관한 기사도 많았다.
사실 힘들게 공부해서 왔으니 졸업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싶었다. 치의신보를 보고 기사도 써 보면서 이리저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이렇게 점점 더 각박해지고 힘들어질까? 거의 모든 치과의사들이 임플랜트를 하려고 드는 이런 상황이 정상인 것일까?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과연 치과의사나 환자들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정책들일까? 하는 의문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어떤 분야든 힘들긴 마찬가지고, 지속적으로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세계치과 의료계에서 한 수 아래로 치던 한국 치과 의료지만, 서로간의 경쟁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발전해서 임상의료면에서는 현재 세계적인 수준까지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선의의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게 보면 양심적으로 진료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환자 유인 행위라든지 가격덤핑이라든지 해서 치과의사의 격을 낮추는 사람도 있듯이 치과의사 개개인의 양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이러한 상황을 유도하는 비합리적인 사회적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 금액이 적정한 수준에 못 미치니 자꾸 임플랜트 같은 비급여 항목에 매달리게 되고, 서로 환자를 유치하려고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부분에서 치과의료계 전체가 단결해서 목소리를 내고 정책에도 충분히 반영해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이번 비급여 고지제 실시만 해도, 정부가 의료를 서비스업의 상품으로 획일화된 기술로 치부했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 정부 정책에 치과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치과의사들의 대표 기관인 대한 치과의사협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치과의사들이 현존해 있는 문제들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는데 소극적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니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보다는 아직 괜찮을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모든 병의 치료에 있어서 그렇듯이 말이다.
실습이다 시험이다 정신없던 치과대학을 잠시 빠져나와 느낀 것은 여느 해보다 추운 올 겨울 날씨처럼 찬바람이 쌩쌩 부는 치과계의 현실이었다. 치의신보에 와서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선배 분들의 활동과 협회의 여러 분들이 더 나은 치과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나도 후일에 한 사람의 치과의사가 되면 꼭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