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0번째) 지금 꿈 꾸지 않는 자… 유죄!

  • 등록 2011.08.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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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꿈 꾸지 않는 자… 유죄!


불과 몇 년 사이에 나는 ‘골드미스’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몇몇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불완전한 골드미스지만 말이다.


사회생활이 한 해 두 해 거듭되면서 소속되어 있는 모임도 점점 많아져 대부분 수동적인 태도로 모임에 참석하는데 아직도 기다려지는 모임이 있다면 바로 고교시절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주변에서는 무슨 할 말이 많아 그리 자주 만나냐고 하지만 함께했던 추억도 많거니와 이 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가진 수다를 바닥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니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 수다의 주인공은 단연 그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다. 몇 해전, 유명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한류의 주역이 되었던 가수가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잡혔는데, 그녀를 경호하는 여자 경호원이 생각보다 큰 비중으로 화면에 비춰졌다. 그런데 그 경호원이 바로 고등학교 친구였던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큰 키와 부담스럽지 않은 덩치를 뽐낸 그녀가 폼 나는 블랙수트를 입고 무전기를 든 채 월드스타를 경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동창들과 전화를 하면서 그 친구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맞아… 걔 고등학교 때도 태권도 유단자였잖아… 매번 자기 꿈은 경호원이라고 했었어…” 그랬다. 친구들 중 몇몇이 자신의 꿈이 경호원이라고 말했던 그녀를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이 흘렀지만 여운이 남아 있던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영화 보디가드… 그 영화를 보면서 ‘경호원은 강인한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터라 멋지게 TV에 등장한 친구의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더 없이 멋있게만 보였다.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그러던 그 친구가 다시 우리에게 모습을 보였던 것은 2년 전 즈음, ‘이색 직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였다. 매주 이색 직업을 하나씩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여성을 전문적으로 경호하는 회사, 그 회사의 CEO가 다름아닌 ‘그녀’였던 것이다. 시청하던 내내 멋지게 성공한 친구의 남다른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감탄의 이면에는 패배감도 있었다. 친구가 저렇게 성공할 동안 별다른 발전이 없었던 나에 대한 책망… 친구의 성공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지 못하는 미성숙한 내 모습…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다가 우울함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단지 그 친구가 성공한 모습이 배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경호원이 되겠다는 학창시절의 꿈을 이룬 그녀, 그 후 또 다른 꿈을 키워 경호회사의 CEO가 되고, 지금은 또 다른 꿈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패배감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부자도 갖지 않으면 없는 것이고, 가난한 자도 얼마든지 크게 가질 수 있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꿈을 이룬 친구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꿈이 없이 달려온 누군가는 남들을 따라 정신 없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나는 치과의사를 많이 만난다. 국내 특성 상, 치과의사라면 학창시절 늘 1, 2등을 다투었던 엘리트였을 것이고 그들의 학창시절 꾸었던 꿈을 누구보다 멋지게 이루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학창시절의 어려운 꿈을 이루어 낸 분들이 개원과 동시에 목표를 잃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들이 꿈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내 관점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직장 생활 덕인지 주변의 자극을 주는 사람들 때문인지 지금의 나는 분명한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불평하는 것들에 대해 예전에 확실한 꿈이 없었기에 품게 된 푸념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좀 더 일찍 꿈을 품었다면 지금의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는 후회도 있지만 다시 출발선에 있는 나를 격려하는 마음이 좀 더 앞선다.


신이 공평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꿈을 모두에게 선물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내가 품고 노력해서 나에게 주는 선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바로 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 그럼에도 ‘지금 꿈을 꾸지 않는 자… 유죄!’가 아닐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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