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를 다녀와서 (3)] 한명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 등록 2011.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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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를 다녀와서 (3)


한명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1964호에 이어 계속>

  

  

힘든 이틀째(7월 31일 일요일) 진료를 시작하다.


어젯밤 좀 무리를 했는지 옆구리 통증이 심하다. 예전에 다쳤던 왼쪽 갈비뼈의 통증이 도져서 몸 가누기가 힘들다. 다른 사람들에게 몸 관리 잘하라고 말해놓고, 내가 정작 관리를 못해 고장을 냈으니 면목이 없다. 그래도 어렵게 샤워를 하고 몸을 추스려 진료준비를 한다.


8시부터 진료준비를 하러 갔다. 아직 환자들이 안 보인다. 아~ 일요일이구나! 좀 있으니 예약환자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둘 몰려온다. 환자 대부분이 공장직원이라 미리 시간을 정해줬고 예약시간을 정확히 지켜줘서 진료조절이 비교적 쉽다. 오늘은  외부에서 방문객 명찰을 찬 환자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직원의 부모란다. 어제 진료 받은 환자들이 소문을 낸 것 같다.  오전에는 어제 아침 일찍 틀니를 만들기 위해 인상를 채득했던 환자들중에, 밤늦게까지 만들었던 틀니들 중 먼저 완성된 것을 드디어 하나씩 장착해준다. 환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차오른다. 그들에게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환한 미소를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


진료실에서 정선아 선생이 나를 재촉한다. 발치환자다! 그날 오전은 정 선생과 단짝이 되어 어려운 발치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옆구리가 너무 아프다. 숨쉬기가 어렵다. 자업자득이다.


체하기도 하고 몸살기가 있다고 내 긴팔 점퍼를 강탈해간 장현남 선생이 열심히 진료를 하는 걸 보니 다행이다. 어제보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진료를 한다. 웬만한 건 통역 없이 진료를 한다. 말도 안 되는 인도네시아어를 중얼거린다. Selamat pagi(아침인사),Selamat jalan (잘가요) 라고 인사도 하고, Gigit dua jam. (거즈를 두 시간 동안 물어요), Sagit~(아파요?), Suda minum obat? (약 먹었어요) 등 진료용어까지도 한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 진료했던 환자 중에 후유증을 호소하며 오는 사람이 몇 명이 있다. 대부분 발치 후 가벼운 통증을 호소하는데 반해, 발치하기가 아까워 즉발근충 후 레진충전을 한 치아와 치수절단 후 레진 충전한 치아 중에서 급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두 명이 있다. 발치를 해달란다. 시간만 있으면 천천히 치료 후 치아를 살려줄 수도 있을텐데 정말로 아쉽다. 그리고 해외에서 진료라 약간은 걱정이 된다.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고 진료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비자(원래는 진료비자라는 것은 없지만 다다현지 직원 분들의 노력으로 현지 관공서에서 진료허가 비자를 만들 수 있었다)를 받고 온 상태라 관광비자로 진료하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자유스럽다. 힘들었던 오전 진료가 끝났다. 벌써 진료의 반이 끝나간다. 해외진료를 나오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 인데 시간이 너무 짧다. 하루 빨리 고정 진료소를 만들어야지 하는 결심이 선다.

  

한명이라도 더 만들어 주세요.


점심시간이 다되어서도 진료가 끝날 줄 모르다. 오전 끝 무렵에 외부 환자들이 더 왔다. 다른 환자에게 해주었던 틀니를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한다. 문제는 틀니하기엔 처치곤란한 치아들이 몇 개씩 남아있다. 보철팀의 신덕재 고문과 김창헌 소장에게 발치하면서 바로 틀니를 만들어 주자고 때를 써본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면서도, 같은 마음인지라 빨리 인상을 채득하자고 한다. 오늘도 밤늦게 까지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김용희, 이용기, 서준식 기공팀의 노력과 봉사에 감사한다. 맛틀니환자 한명 더 있는데 어쩌나! 보철팀으로 빨리 리퍼하고 내가 보냈다고 하지말라고 당부한다. 그렇게 한명 더 틀니를 만들어 줄 수 있어 기쁘고 고맙다.


중식과 잠깐의 휴식 후 오후 진료는 역시 정신없이 바쁘다. 진료 중 만난 인도네시아의 여인들은 19~28세 사이의 젊은 나이인데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니 대부분 결혼을 했다. 16~17세면 대부분 일찍 결혼을 한다고 한다. 5살짜리 애기 엄마가 21살이다. 이 나라에서는 이슬람전통으로 한 남자가 부인을 4명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부인들은 일시키고 남자들이 놀고먹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가 맘에 안들면 돈벌러 간다고 집을 나가면 그걸로 부부관계가 끝이란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엔 과부 아닌 싱글맘이 많다고 한다. 남편이 아내를 오토바이로 회사까지 출퇴근 시켜주면 다행이라나? 남자들의 천국이랄까!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슬람율법에 따라 히잡을 머리에 쓰고 다니는 데 색깔이 다양하다. 파란색, 흰색, 갈색, 주황색, 회색, 검정색 등 색상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무늬와 문양 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구슬 모양의 장식도 있다. 회교도면서도 히잡을 안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으며 상당히 다른 지역의 이슬람보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라고 한다. 그녀들은 성격이 온순하고 느긋하며, 직업에 상관없이 자기 일에 감사하며 대단히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옛적에 수건을 두른 억척스러웠지만 체념하며 살던 우리 내 어머니들을 생각나게 한다.


진료 중에 27세의 십자가 목걸이를 찬 알리사라는 여자 환자가 발치를 해달라고 한다.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니 카톨릭이라고 한다. 나도 카톨릭 신자라고 하니 반가워한다. 인니에서는 이슬람이 국교이지만 비교적 타종교에 대해서 관대하다. 그중에 카톨릭신자는 3%정도라고 하니 귀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잘 치료해주려는 데 환자가 겁도 많고 마취가 잘 안 된다. 역시 치근이 길고 염증도 있어서 어렵게 발치를 해주고 나니 환자가 놀랬나 보다, 잠깐 정신을 못차린다.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참 후에야 진정을 한 듯 고맙다고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상태가 안 좋으면 내일 아침에 또 오라고 당부한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비교적 진료가 제시간에 끝났다. 숙소 앞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서 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산속에 있는 것 처럼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온다. 

  

인도네시아 전통식을 먹다


저녁은 특별히 인근의 인도네시아 전통식 식당을 찾았다. 말은 수상식당 인데 인공저수지 위에 나무로 만든 우리나라 원두막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다. 현지 직원이 저수지에 낮에 보면 큰 뱀이 있다고 물가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웃으며 으름장을 놓는다. 난 뱀이 싫은데.


원래는 12가지의 음식을 주문했는데 늦게 와서 재료가 없다고 몇몇 요리만 나온다. 예약을 한 손님인데, 이해가 안 간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종교적 영향으로 주로 해물요리와 닭고기를 재료로 요리를 하는데 열대지방이라 주로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가 유명하다. 음식들은 우리 입맛에 비교적 맞는 편이지만 조미료 탓인지 조금은 달고 밋밋한 편이다. 일명 ‘삼발올렉’이라는 매운 쥐똥고추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맛을 돋울 수 있다. 영세농이지만 쌀 생산 대국이던 인도네시아가 경제적인 이유로 10여 년 전 부터 논에 벼대신 새우를 키우게 되었고 그로인해 세계적인 식량난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로 새우요리가 많이 나온다. 내일의 마지막 진료를 위해 무지 매운 쥐똥고추로 약간의 이벤트(나도 3개나 먹었다)를 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10시 밖에 안 되었지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었다. 기공팀은 내일 장착해줄 틀니를 만들기 위해서 새벽까지 작업을 하러간다. 기공팀뿐만 아니라 여러명이 도와주러간단다. 역시 의리의 열치멤버들이다.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더욱 더 사랑한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가슴부위 통증 때문에 몸 뒤척이기도 힘들고 잠들기가 쉽지 않다. 겨우 잠들었는데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귀 기울이니 앞방에서 도마뱀 때문에 소동이다. 그나저나 인니에서 처음으로 본(난 못봤다) 도마뱀이다. 공해 때문에 이곳도 도마뱀 보기가 어려운 같다. 겨우 잠들었는데 이번엔 잦은 코란독경소리가 잠을 깨운다. 밤하늘의 초승달을 보니 라마단 기간임을 알려준다. 

  

한국을 빛내는 회사를 만나다


오늘은 월요일 라마단 기간이다. 라마단은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음식을 먹지도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는다고 한다. 저녁 여섯시가 되어서야 저녁식사를 하고 새벽 5시에 아침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아침 7시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는데, 라마단 기간은 하루 종일 굶고 저녁 6시에 첫 식사를 하기위해 저녁퇴근시간을 30분 앞당기기 위해서 직원들이 평상시보다 30분 이른 6시30분에 출근한다고 한다.


6시에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7시30분부터 공장견학을 한다. 공장에는 이미 많은 직원들이 라인을 이루고 제단작업과 재봉질을 하고 옆 라인으로 넘겨 추가 재봉질을 하니, 라인 끝에서 완성된 옷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7000명이고 재봉틀만 3700대가 있다고 한다. 원래는 모자 공장이었는데 지금은 재고 소진을 위한 기본 라인만 남기고 니트 사업으로 전환해 주로 아디다스와 리복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기본적인 공장하나와 마크를 프린팅하는 곳을 구경하고 나니 30분이 소요된다. 한 달 공장 인건비만 2억이라고 하고 이런 생산라인이 5개라고하니 엄청난 규모이다. 공장 중간 중간의 큰 라인마다 이국땅에서 국위선양과 외화획득을 위해서 고생하는­어제까지 진료중 통역을 해주던­위대한 한국인들의 얼굴이 중간 중간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긴다.
<다음호에 계속>


김민재
열린치과의사회 진료봉사이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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