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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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치아사랑만 하면 된다
치과보존학을 전공하는 나에게는 자연치아사랑은 내가 치과의사 교수로서 살아가는 삶의 목표 전부이다. 매일 환자를 보면서 치아를 보존하지 못해 치아를 빼야한다고 말할 때는 기분이 한없이 씁쓸하다.
나는 근관치료 수가가 얼마인지 생각을 하고 진료를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눈앞에 있는 치아를 근관치료를 하여 살려 수복한 후 치아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만 생각한다.
예전에 20년 전 미국에서 수련을 받을 때 근관 내 부러져있는 file을 제거하기 위해 무려 환자를 2시간씩 5번을 불러 10시간을 투자해서 치료한 적이 있었다. 결국은 file을 제거해 그 마지막 제2대구치를 살려 그 환자는 틀니대신 bridge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따라준 환자도 고맙기도 하고… 그러나 단순히 치료비만 생각하면 해서는 불가능한 계산이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치료를 위해 도서관에서 그때까지 발표된 부러진 file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논문과 책들을 다 찾아보고 그 논문에 있는 방법들을 시행을 해보았지만, 대부분 발치한 전치나 환자의 전치에서 해 본 것이라 구치 그것도 상악 제2대구치에서는 실제로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는 겨우 현미경만 사용할 줄 알았지 근관 내 파절된 file을 제거하는 가늘고 긴 ultra sonic tip은 없었고, Dr. Carr가 만든 치근단 수술을 위한 retroprep을 위한 tip중 굵은 tip을 이용할 수 있었다. 어찌됐든 이 tip을 이용해 마지막에 부러진 file이 근관 내에서 제거됐을 때의 느낌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금도 참 바보 같지만 내가 선택한 길인 치아를 뽑지 않고 보존하겠다는 이런 마음이 지금도 즐거이 근관치료를 하고 있는 버팀목이다.
치아 한 두 개만 남아 있는 연세가 많으신 환자들 중에서는 마지막 남은 치아를 뽑고 완전틀니를 하는 것이 싫으셔서 하나라도 살려 틀니를 만들면 안 되냐고 하실 때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난다.
사실 하나라도 자기 치아를 남기기를 원하시는 그 분의 마음이 바로 자연치아아끼기 운동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럴 때 항상 환자들이 이런 마음을 더 젊었을 때 깨닫게 하지 못한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치과의사들에게 화가 난다. 또 여러 번 충치치료하고 더 썩으면 근관치료를 하는 과정이 싫어서,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뽑고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임플랜트를 하겠다고 하는 환자들을 가끔 볼 때 환자에게 뿐 아니라, 환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 것에 대해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치과의사들에게 더 화가 난다.
우리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때 그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치과의사로 치아를 매일 접하고 살고 있다. 이런 치과의사가 자연치아를 사랑하는 일은 당연하다. 자연치아를 아끼고 사랑하는 치과의사라면 그 대가를 떠나 그저 치아사랑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얽혀있는 많은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임플랜트가 주는 이점보다 임플랜트가 주는 이익에 눈이 어두웠던 것이 지금의 유디치과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연치아아끼기 운동을 위한 회의를 할 때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홍보를 하고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어쩌면 우리 치과의사들의 직업 의식 속에 치아를 아끼는 마음이 우선이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호
서울치대 보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