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바람·물살 ‘조정’하는 맛 끝내줘요!

2012.08.16 00:00:00

햇살·바람·물살 ‘조정’하는 맛 끝내줘요!


63학번 등 회원 40여명 세대초월 친분나눠
팀웍·정신력 ‘최고’ … 매년 대학대회 출전도
스포츠보다 레저에 무게중심 “함께 즐겨요”

 

치의 조정 동아리

블루말린


“선수로는 은퇴했지만 영원히 조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5연패에 빛나는 영국의 ‘조정영웅’ 레드그레이브가 은퇴 당시 기자들에게 남긴 이 말은 조정이라는 스포츠에 헌신해 온 사람들의 열정을 요약하는 일종의 ‘아포리즘’이다.


자연과 하나 되는 물의 스포츠, 조정의 매력에 푹 빠진 치과의사들의 조정 동아리 ‘블루말린(Blue Marlin)’ 역시 이런 의미에서 그들의 일생을 조정과 함께 해온 사람들이 만들었다.


40여명의 치과의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블루말린’의 창립시기는 지난 2008년이지만, 사실 조정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그 뿌리가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게 된 서울치대의 대표적 동아리 중 하나인 조정동아리 ‘9.6회’ 회원들이 졸업 후 ‘9.6정우회’ 회원으로 가입, 이들이 주말을 이용한 배타기 프로그램을 정우회 내에 만들면서 ‘블루말린’이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동아리에는 갓 졸업한 후배부터 63학번 대선배까지 40여명의 회원이 활동, 한 배를 타고 함께 운동하면서 세대를 초월한 친분을 나누고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2번 일요일 새벽 시간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 모여 인원에 따라 스컬(1,2인용), 너클포어(4인승), 에이트(8인승) 등 여러 가지 배를 타면서 두 시간 정도 함께 땀을 흘리고, 시합 전에는 집중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매년 7월 말에 개최되는 대학 에이트 조정대회(고대, 연대, 외대, 인하대, 서울대 참가)에는 senior OB 에이트팀(45세 이상)과 junior OB 에이트팀(45세 이하)을 구성해 참가한다.


조정을 중심으로 한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선·후배들 간의 애정과 관심 역시 남다르고 가장 빛나는 추억 역시 학창 시절의 경험으로 요약된다. 나호덕 블루말린 대표는 “그 시절에는 춘계 대회, 추계 대회, 전국 체전, 문무전, 해군참모총장배 등 대회도 참 많았고, 아마추어 대학팀의 선두를 지켜온 만큼 연습도 많이 했다”고 반추했다.


솥에다 돼지고기와 감자 등을 넣고 버너에 불 피워 국 같은 찌개를 끓여서 밥솥을 끌어안고 엄청나게 밥을 먹어대던 합숙 때의 기억. 어깨 위에 한 사람씩 목말을 태우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다리 힘을 기르던 그 때 무거운 짝을 만나 고전하던 일. 한강에서 배를 타다 작은 모래섬에 정박해 놀던 추억. 한강변 가로등과 아파트 불빛들이 예쁘게 강물에 드리우는 시간 탔던 밤배가 유난히 고요한 강물 위를 날아가는 듯 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찰나 등.


조정은 거칠게 표현하면 물 위에 배를 띄우고 나의 힘을 이용해서 그 배를 나아가게 하는 운동이다. 블루말린이 생각하는 조정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강이나 호수, 저수지 같은 자연 속에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 위에 둥둥 떠 있으면 온 몸으로 느껴지는 포근함과 편안함이고, 또 다른 매력은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면서 온 몸의 기운을 발산하고 고요한 수면을 가르며 배가 빠르게 미끄러져 나갈 때 느끼는 쾌감입니다. 다른 운동에서는 느끼기 어렵지요.”(나호덕 블루말린 대표)


특히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듯이 조정 또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집중력을 요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여덟 명의 ‘크루’들이 일사분란하게 동작을 일치시키고 힘과 균형을 맞춰야만 하는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팀 동료들을 위해 힘들어도 혼자서 꾀를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희생정신과 협동심이 필요하다.


나 대표는 “이처럼 조정을 통해 형성된 체력과 인내심, 동료들 간의 협동심과 신의 등은 사회 활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온다”며 “이런 이유로 조정의 역사가 오랜 나라들에서는 조정선수 출신이라면 사회가 그대로 인정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정은 아직은 저변이 넓지 않고 설비 마련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팀을 만들기도 쉽지 않아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운동이다. 다만 수 년 전부터 대한조정협회(http://rowing.sports.or.kr)가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주말을 이용한 레저 조정 강습을 무료로 열고 있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면 누구나 조정을 손쉽게 배울 수가 있다.


블루말린 측은 이와 관련 “조정은 힘들게 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즐기는 조정은 유원지에서 보트를 젓는 것만큼 쉽게 배울 수 있다”며 “종일 의자에 앉아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일하는 우리 치과의사들이 조정을 시작해 굽은 가슴을 펴고 그 안에 신선한 자연의 공기를 가득 채워서 팔과 허리, 다리, 온몸으로 한바탕 힘을 쓰고 나면 그 쾌감으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향후 블루말린은 스포츠 조정보다는 레저 조정 쪽으로 비중을 두고 나이가 들어서라도 부담 없이 즐기면서 배를 타기를 원한다. 비용 때문에 기약할 수는 없지만 각종 배들을 더 구입해 그들만의 배 보관소(정고)를 갖고, 먼 훗날 흰 머리칼을 휘날리며 손자손녀 같은 후배들과 함께 배를 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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