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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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생각의 전환(Paradigm Shift)
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개원을 망설이는 후배들이 병원에 찾아옵니다. 도움말이 필요해 온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전에는 ‘어떤 장소가 좋을지?’,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을 상의했었는데 요즘은 불황의 여파인지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적자 나지 않고 꾸준한 수익이 나는 병원을 만들 수 있을지?’ 같은 어려운 질문을 내게 물어옵니다. 10여 년 전 그냥 개업만 하면 안정적으로 병원이 운영되던 좋은 시절 개업한 나로서는 어떻게 대답해 줄 지 걱정이 앞섭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여 년은 임플란트의 도입과 치과의 대형화로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던 질풍노도와도 같던 시절이었습니다. 병원의 매출은 임플란트의 도입과 함께 급격히 증가하였고 매출의 증가와 함께 더 큰 매출을 위하여 규모를 키우는 투자를 아까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호시절도 딱 10년, 2~3년전 부터 시작된 몇몇 대형프랜차이즈 치과의 무자비한 확장과 정도를 넘어선 덤핑으로 개개 치과의 매출이 감소되기 시작하면서 치과의 좋은 시절도 점점 사그러져 감을 느낍니다.
병원의 확장에 따라 너무나도 많이 늘어난 경비와 정체 아니 감소하기 시작한 매출을 바라보면서 10여 년 전 체어 2개의 작은 공간에서 직원 두 명과 함께 시작한 첫 치과를 떠올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달 경비가 많지 않던 그 때는 그날 수입이 얼마인지, 한달 지출이 얼마인지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욕심을 내서 병원을 확장한 후에 한달 한달의 매출과 지출의 등락에 희비가 엇갈리고 매출증가를 위해 여러 가지를 한다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습니다.
내가 다시 한번 처음 개원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번에도 작은 치과로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보험진료와 같은 고정적인 수입을 창출해서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망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습니다. 한 해에도 수 백개의 새로운 치과가 생기는 현실을 고려해 수입증가 보다는 지출감소에 노력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와 함께 내과나 소아과 같이 보험 진료만으로도 최소한 운영은 가능한 치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 수가의 현실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최근 신문 지상에서 치석제거의 완전급여화가 논의되며 스케일링의 횟수제한과 수가를 대폭적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기사를 보며 치과의사로서의 자괴감을 느낍니다.
스케일링의 급여화는 치과의사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희생하며 받아들인 것인데 이것이 마치 큰 수익이 나는 것 처럼 횟수를 제한하고 수가를 내린다는 것은 너희들은 비급여 수입이 많으니 보험진료에서는 희생을 하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복지부에서 내과나 소아과에 감기는 연 3회 까지만 급여혜택을 제한하겠다고 한 적 있습니까? 진료의 횟수 제한과 수가 하향 조정을 막는 것이 치과계가 꼭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보험 진료의 항목별 상대지수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빈도수가 많지 않고 몇몇 전문의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진료의 상대지수를 올리려는 노력보다 빈도수가 많고 모든 국민이 환자가 될 수 있는 스케일링을 포함한 간단한 치주치료, 충치치료, 단순발치 등의 기본적인 진료의 수가가 인상되어야 작은 치과가 보험진료만 해도 병원 운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큰 꿈을 갖고 이제 막 개원을 하셨거나 개원을 준비중인 선생님들께 슈바이쳐와 같은 봉사정신만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임플란트 전문 병원도 좋지만 자연치아를 아끼고 사랑하는 진료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적절한 보험수가 인상을 반드시 얻어내어야 우리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치과를 개원할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국가적으로는 국민 구강건강의 증진과 국민 의료비 절감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원섭
런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