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굳세어라 금순아

  • 등록 2013.01.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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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굳세어라 금순아

  

김 진 구
연세오슬로치과의원 원장

  

최근 헐리우드에서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두 편, ‘아 흥남(Exodus for Freedom)’과 한미합작영화 ‘1950’이 제작되고 있는데,  두 영화 모두 ‘흥남철수작전’이라는 전쟁 중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50년 겨울, 압록강까지 진군한 국군은 북진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인해전술로 대표되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었고, 이듬해 1월 4일에는 국군이 서울을 다시 내주고 남쪽으로 밀려가게 된다. 이때 동북부 산악지대인 장진호까지 진군했던 미 해병 1사단은 적진에 고립되어 혹한과 싸우면서 부대 역사상 가장 참혹한 패퇴를 하게 되었고, 동북부로 진격했던 국군1군단과 미육군10군단은 퇴로가 차단되어 동해의 흥남항을 통한 해상 철수작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수송선단은 미군과 국군 병력과 전략물자, 장비를 수송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뒤에서는 중국군이 포위섬멸을 시도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공산치하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약 1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국군을 따라서 흥남항에 모여든다.


한미 양국 군인과 군수물자만 수송해서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피난민을 태우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 때, 미군 자문이었던 고 현봉학박사의 설득과 군수참모였던 포니대령의 결단으로, 미 10군단의 지휘관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은 일부 장비를 포기하고 10만명에 달하는 피난민을 모두 태워가기로 결심한다. 여기에는 국군 1군단장이었던 김백일 장군이 국군은 걸어서 후퇴할테니 피난민을 모두 태우라는 고집도 한 몫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배는 미 해군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Meridith Victory)호로, 24일 무려 만사천명의 주민을 태우고 흥남항을 떠난다. 타 선박을 포함해서 작전 전체적으로는 10만명의 군인, 10만명의 주민을 포함한 모든 인원은 완전히 탈출하였고, 1만 7천 대에 이르는 무기, 30만톤에 달하는 군수물자도 대부분 회수하였으며, 일부 선적하지 못한 물자는 퇴각과 동시에 모두 폭파되었다. 마지막 수송선이 출발한지 하루도 안된 25일 아침, 흥남항은 중공군의 손에 넘어갔으니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사천명의 주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25일 무사히 거제도에 도착하게 된다. 단일 선박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지정되었다.


이 흥남철수 작전은 6·25전쟁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이 3일동안 메러디스 빅토리 호 배안에서만 5명의 아이가 태어났다(이들은 김치1,2,3,4,5 라고 불리었다). 흥남 철수 작전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상 철수 작전으로 평가 받고 있고, 비극없이 전원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와 서사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결합된, 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소재였는데, 이제서야 영화로 제작되게 되었다.


이 때 흥남철수를 노래한 원로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는 많은 어르신들의 애창곡인데,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라는 가사는 흥남철수 당시의 상황을 묘사해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실향민들과 이산가족의 아픈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2008년 한국에 ‘집결호’라는 중국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었다. 철저하게 중국입장에서 기록된 중국 국공내전 시기의 중국인민해방군 부대원들의 전투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주인공이 신출귀몰하는 능력으로 미군을 몰살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6·25전쟁중 현리전투 또는 장진호전투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두 전투 모두 수많은 국군의 희생이 있었으며, 현리전투의 패배로 국군은 군단두개가 해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6·25 전쟁은 어쩌면 지나간 역사일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땅에서 벌어진 우리의 전쟁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영화가 모두 한국에 개봉되는 요즘의 상황은 조금은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너무 빨리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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