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힐링의 시대

  • 등록 2013.11.08 14: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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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힐링(Healing)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웰빙(well-being)의 시대는 가고, 힐링의 시대가 온 것 같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예전에는 몇몇 자기 계발서나 청년들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멘토들에게만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면, 요즘에는 힐링 캠프, 힐링 콘서트, 힐링 요가, 하다 못해 힐링 크림까지 나오며 각종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몇 달 동안 서적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고 스튜디오를 떠나 야외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녹화를 하는 ‘힐링 캠프’라는 방송 프로그램은 방영될 때마다 다음 날 검색어의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굿 닥터’라는 의학드라마는 힐링드라마로 불리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렇듯 출판계, 방송계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힐링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힐링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힐링이란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과거에는 주로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쓰이는 용어였다면 요즘에는 신체적인 건강의 개념을 넘어서 마음의 공감과 위안까지 아우르는 개념이 되었다. 과거 안정된 사회, 경제 분위기 속에서 건강한 신체와 더불어 삶의 만족도를 위해 웰빙이 유행했다면, 경제적 침체와 함께 사람들의 내부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고 정신적인 위로를 얻기 위한 힐링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턴 생활을 하며 최근에 구강내과를 돌고 있는데 특히 만성적인 통증 환자가 주로 많이 찾아오다 보니 느끼는 바가 많다. 턱이 아픈 뒤로 몇 달째 밥을 잘 먹지 못해서 기운조차 없다는 분,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 뒤로 턱과 머리까지 계속 아프다는 분 등도 있었다. 그런 환자들 중 다수는 만성적인 통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다 지친 분들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차도가 없어 대학병원을 찾아온 분들도 있었다.


물론 이런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질병의 치료이지만, 마음의 치유 역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어떤 환자는 예전에 다녔던 치과의사 선생님이 무서워서 아픈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못했는데 편하게 말을 하고 나니 벌써 다 나은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고, 입시 문제로 고민이 많아 최근에 턱이 더 아파졌다며 진로 문제까지 털어놓는 여고생도 있었다.

환자들은 더 많이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털어 놓는다. 그렇게 대화하는 과정에 병의 원인이 될 만한 사건을 털어놓기도 하고, 놓쳤던 병력이나 증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대화 속에서, 그냥 지나쳤던 무언가를 발견해서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환자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득이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주는 것, 환자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환자에게 얼마나 큰 힐링이 되는지 진료실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 달라진 환자들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이 기본적인 해결책이라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이런 것이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힐링의 시대가 대세라면 우리도 대세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지희 단국대치과병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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