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3년이 끝나간다. 대개 이 시기에는 한 살 더 먹게 되는 왠지 모를 슬픔과 함께 한 해 동안 했던 일을 돌이켜보며, 아쉬움과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신년계획을 세우며 새 다짐과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특히 좋은 점이 있다면, 자주 만나지 못하거나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올해 연말은 예년만큼 그들과 안녕히 보내지만은 못할 것 같다. 이유인 즉슨 요즈음 또래의 청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대자보의 수신자가 나일 것이라는 부끄러움 때문이다.
며칠 전, 취업준비를 하느라 한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구와 통화 중에 최근 취업 커뮤니티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이 철도 노조 파업으로 직위 해제된 직원들을 대체할 인력 공고에 응해야 하냐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집 당일, 언론에서는 모집인원의 몇 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있다고 보도했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취업전선에서 고배를 마셨을 그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각자의 입장에서 처한 상황을 대처하는 최선의 선택이기에 그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철도 민영화에 대한 사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청년들의 집회이다. 시초는 고려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이 손수 적은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는데, 엄밀히 말하면 KTX 수서발 노선 개통에 대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직위해제가 본인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사고에서 비롯된 정치적 무관심을 우회적으로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그 반동으로 전국의 대학교에 있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고, 국정원 선거개입, 학자금 대출, 취업에 대한 어려움, 역사왜곡 교과서 등등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했다.
나는 여러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자기합리화하지 않는 그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부당하다고 여기는 일을 말할 줄 아는 용기에 감동했다. 동시에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나는 어느 편에 설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당장 대자보를 붙이고 집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내가 속한 나라의 공공사업, 정책과정에 대해 자신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았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정이나 정책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집회는 청년들이 의견을 규합하고 세상에 뜻을 펼치는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 다시금 무지함을 내세운 무관심에 대한 부끄러움과 사회구성원으로서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음을 반성하도록 일깨워주었다고 생각한다.
올 겨울 방학 동안은 비단 학과 공부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통해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주변에 끼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나아가 보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봉사해야 할 나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가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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