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追憶) [명사]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사람들은 늘 지나간 시절을 추억한다. 어떤 이들은 옛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 사랑을, 어떤 이들은 화려하고 패기 있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나는 아직 젊은 데도 더 어리던 내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종종 추억에 잠기곤 한다.
이러한 감성에 최근 불을 더하는 것이 바로 ‘응답하라 1994’ 라는 드라마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1994년, 나는 8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서태지를 좋아하기에는 너무 어린 꼬마였고, 농구대잔치를 기억하는 세대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를 보면 ‘아, 나도 저랬는데…’ 하는 점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지역사회를 불문하고 나이를 떠나서 그 시절에 유행하던 것은 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추억인가 보다. 시력검사처럼 생긴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그림이나 글자가 보이는 매직아이, 이불속에 누워 다급하게 언니를 불러서 무슨 일이냐며 달려오면 불 좀 꺼달라던 우리 자매. 어쩜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추억을 이리도 잘 꺼내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2001년 친구라는 영화가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그 당시 최고의 영화로 떠오른지도 벌써 12년이 지났다. 나는 그 때 어릴 때라 공감보다는 그저 재미있던 영화로 기억을 하지만 영화 속 그 당시를 살았던 어른들에게는 영화가 자신들의 삶이기도 했고, 지나간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추억과 그리움이 영화의 성공을 부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과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7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아마도 ‘예전엔 치과계가 참 좋았는데, 너희는 대체 언제 졸업하니…’가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예전의 치과계는 대체 어땠던 것일까.
요즘은 건물마다 치과가 있어서 환자들은 의사를 보고, 광고를 보고 치과를 선택해서 다닌다. 또한 치과마다 홈페이지도 있고 인터넷으로도 예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중,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내가 다녔던 치과, 내과 등의 병원은 우리 집 앞 상가에 있던 병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었고, 아프면 찾아가서 한두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그러려니 하던 일이었다. 그 때는 환자가 하도 많고 바빠서 옆에 치과가 개원하면 고마워했다고 하던데, 건물마다 치과가 하나씩 있는 요즘으로서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늘 치과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불법 네트워크 치과, 의료 수가 문제 등 복잡한 치과계를 생각하면 재료와 기술의 발전으로 좋아진 점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과거가 그립고 자꾸만 그때를 추억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은 치과계에서도 외쳐보고 싶다. “응답하라 1994!!!”
한지희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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