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韓-中-日, 삼국에서 implant를 번역해서 사용하는 용어다.
일본은 외국어를 자기네 것으로 곧 변환시켜 사용하는 재주를 가진 나라이다. 일본은 일찍이 implant를 인프란도(インプラント)라고 정하여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필자는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있는 중국 최대의 서점으로 날아갔다. 중국과 국교가 없을 때이므로 당연히 밀입국이었다. 1991년, 전 해에 출간된 제일 큰 영한사전을 샀다. 큰 서점이었으나 매장은 남녀가 체면불구, 밀고 부딪히며 떠밀려 다녀야 했다. 출퇴근 지옥철 같은 상태였다. 나는 ‘화차오’(화교, 華僑)라고 소리치면서 사전을 가리켰고 점원은 나를 우선으로 두께 10센티나 되는 사전을 내주었다. 당시 중국 본토 사람들은 해외동포(화교)를 우대하였다. 출생지가 北京인 아내에게 北京공항측은 ‘화차오, 화차오’하면서 우리 일행에게 앞서 입국시키는 등 입국수속에 편의를 제공했다.
호텔에 돌아와 implant를 찾았다. 중국 의학사전 구강과학 편에도 종식(種植)과 종식체(種植體)-식입물(植入物)-이식물, 동사형으로는 종식(種植)-감입(嵌入)-이식(移植) 등으로 기재돼 있다.
インプラント도 아니지만 이들도 아닌 성 싶었다.
중국 구강과에서 inlay를 감체(嵌體)라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말 용어가 없어 애타하던 차에 그냥 받아들였다. 종식(種植)은 씨를 뿌리거나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뜻이 있다. 감입(嵌入)이나 감식(嵌植)이 오히려 가깝게 닿아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1980년에 매식-매식체-매식학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용어들은 배척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임플란트 국내 도입과정, 연속 개발되는 제품과 시술 및 술법, 학파 및 인맥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필자는 사전의 표제어 implant를 우리말-한글로 무엇이라고 할까 하면서 수많은 나날, 30년 가까이 고민해왔다.
심는이, 박은이, 식치(植齒), 식입치(植入齒), 이식치, 내식치(內植齒), 매식치(埋植齒) 등을 써 놓고, 보고 또 보기를 계속하면서 궁리하였다. 임플란트를 주로 시술하는 교수, 임상가와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제조업자, 영업사원 등과 대화했지만 결론은 얻지 못했다.
사전출간의 시기는 수년 째, 이러한 일들 때문에 연기됐다. 하는 수없이 “이 사전에서는 편의상 매식 또는 매식체를 채택하여 서술하였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출간했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된 보험틀니를 ‘완전틀니’라고 했는데 전국 11개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총의치’라고 강의한다. 행정과 제도권에서 나름대로 했다면 이건 문제가 크다. 완전틀니 같은 용어 출현에 자존심이 상한다. 치의학계와 그 임상계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치과매식에 관련된 용어도 그릇됨 없이 되기를 바란다.
75세 이상 약 370만 노인이 2014년 7월부터 치과매식(dental implant)보험혜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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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영한한 이치의학 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