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지난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결정하는 ISO에는 각 산업분야별로 분과가 나누어지고 있으며, 치과의료기기의 경우 ‘TC 106(Technical Committee 106)’이라는 타이틀로 분과구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TC 106 아래에는 총 8개의 소위원회(Sub Committee, SC)가 있는데 이중에서 SC 4에서는 치과용 기구(Dental instruments)를 담당하고 있다.
SC 4는 치과용 핸드피스, 치주용 기구, 근관용 기구, 진단용 기구, 회전용 절삭 기구 및 이러한 기구들의 분류방식이나 번호체계 등의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해서 구성되었으며 현재 70 종의 표준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치과용 임플란트의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치과용 기구의 개발로, 임플란트용 기구(Implant instrument) 작업반을 구성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C 4에서는 2014년도 현재 전 세계 32개국(정회원 21개국, 준회원 11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총 7개의 작업반(Working group, WG)을 통해 다음과 같이 표준을 제정하거나 토의하고 있다.
1) WG 1 - Rotary instruments (치과용 회전기구)
WG 1에서는 현재 두 종류의 국제 표준(ISO/FDIS 10323, ISO/NWIP 1797)을 통해서 다양한 치과용 회전기구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ISO/NWIP 1797은 치과용 회전기구의 섕크에 대한 표준으로, 경도(hardness)와 재처리에 대한 저항성(resistance to reprocessing)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치과용 회전기구의 섕크가 개발됨으로 이를 위한 누프 경도(Knoop hardness)와 재처리(소독) 과정 중의 팽창 형상(swelling during process of reprocessing)에 대한 요구조건이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2) WG 5 - Numbering system (번호 체계)
WG 5에서는 치과용 기구에 사용되는 번호 체계에 대한 기준을 논의하고 제정하고 있다. 특히 ISO 6360의 제정을 통해 근관용 치료 기구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기구에 대한 번호 체계를 통일/확립하고 ISO 21531을 통해 치과용 기구에 사용되는 심볼(symbol)에 대한 표준도 논의하고 있다.
3) WG 7 - Dental handpieces (치과용 핸드피스)
WG 7에서는 다양한 치과용 핸드피스에 대한 국제적인 규정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ISO/CD 18397을 통해 치과용 스케일러 핸드피스와 팁(Dentistry - Scaler handpieces and scaler tips)에 대한 표준이 논의되고 있으며, 냉각액의 공급량, 재처리가능 횟수, 기구의 표시 및 라벨링에 대한 요구조건이 포함되고 있다. 또한 ISO/NWIP 3964를 통해 핸드피스 커넥터(handpiece connector)의 치수에 대한 표준이 그 필요성을 인정받아 국제표준 제안(NWIP) 단계를 통과하였다.
4) WG 8 - Dental hand instruments (치과용 손 기구)
WG 8에서는 치과용 손 기구에 대한 표준을 논의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치주 치료용 큐렛에서부터 스파츌라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본 작업반에서는 발치겸자(extraction forcep)에 대한 표준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이 중 일반적 요구사항(general requirement)에 대한 표준을 대한민국이 제안하여 제가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 표준 제안을 대한민국에서 진행하게 됨에 따라 작년 2013년 인천 송도 총회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하였고, 이에 각 국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 CD(committee draft)단계로 국제표준을 진행 중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해당 작업반에서는 다양한 스파츌라에 대한 규격이 논의되고 있으며 ISO/WD 18556과 ISO/WD 18559의 논의를 통해 구강 내 및 구강 외 사용되는 스파출라에 대한 요구사항이 표준으로 준비되고 있다.
5) WG 9 - Endodontic instruments (근관 치료용 기구)
WG 9에서는 근관 치료용 기구에 대한 다양한 요구조건을 논의하고 표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ISO/CD 3630-1에서는 근관 치료용 기구에 대한 일반적 요구사항을 논의하고 있으며, ISO/CD 3630-2에서는 근관 확대 기구에 관련하여, ISO/CD 3630-3에서는 근관 치료용 기구 중 콘덴서, 플러거 및 스프레더 관련하여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인천 송도 총회와 이번에 열릴 2014년 독일 베를린 총회에서는 근관 치료용 기구의 번호 체계의 확립을 위해 위에서 언급한 WG 5와 같이 공동 회의(joint meeting)을 진행할 예정이다.
6) WG 10 - Dental injection system (치과용 주사 기구)
WG 10에서는 치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주사기구에 대한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ISO/DIS 1499에서는 치과용 극소마취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 카트리지(single use cartridges for local anaesthetics)에 대한 표준을 논의하고 있으며 카트리지의 최소 길이, 카트리지 용량의 표시 등에 대한 요구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추후에 치과용 주사 기구에 사용되는 바늘의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표준이 국제표준제안(NWIP)을 통해 제시 될 예정이며 최근 NWIP를 통과한 치과용 인대 주사기구(syringes wihtout levers for intraligamentary injections)에 대한 표준이 2014년 9월에 열리는 독일 베를린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7) WG 13 - Implant instruments (임플란트용 기구)
WG 13에서는 임플란트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구에 대한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본 작업반에서는 대한민국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여 논의되고 있는 표준 3개 중 2개가 대한민국이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ISO/CD 17937로 치과용 임플란트 식립시 상악동 거상술에 사용되는 치과용 오스테오톰에 대한 표준이다. 해당 표준은 현재 DIS 단계 진행을 위해 투표 중에 있으며 이번 독일 베를린 총회에서 대한민국이 프로젝트 리더로 제정한 첫 치과용 표준이 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상악동 거상술에 사용되는 상악동 거상용 엘리베이터로, 지난 2013년 인천 송도 총회에서 적극적 지지를 얻어 국제표준제안 단계를 통과하여 다음에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임플란트 식립을 위한 핸드피스 토크 전달기(torque transmitter for handpieces used for implantation) 등에 대한 요구조건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산업사회에서 표준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매일 경제신문을 접할 때마다 표준에 대한 기사가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표준은 산업계의 핵심키워드이다. 어제 본 기사에서는 글로벌 3대 전기차 회사인 닛산, 테슬라, BMW가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기술협력에 나서고 있고 결론적으로 전기차의 표준기술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들 세 회사가 표준기술에 합의하면 전기차 시장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표준’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범위는 단순히 제품의 스펙결정을 넘어서서 기술 및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즉 일부 산업계에서는 좀 더 큰 시각에서 표준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치과산업계의 표준에 대한 이해 및 시각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제조업체로서 시장에서 살아남고 최종적인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꼭 들고 갈 수 밖에 없는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싶다. 치과계에서도 왜 표준이 잘 정립되어 있는 독일회사들이 Top-brand로서의 위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지를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결국 ‘표준’도 기업의 경쟁력이고 성장이 발판이 아닐까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치과용 아이템들이 세계의 표준제품으로 자리 잡기를 기원해 본다.
최인준 (주)오성엠앤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