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삶, 보여지는 삶

  • 등록 2014.08.08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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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집 밖에서의 나의 대인관계는 직접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주로 이루어진지 벌써 오래다.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직접적 소통의 가치를 물론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가 다른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과의 소통에는 시간의 제약이 없고 때로는 여러 사람과 동시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대화내용이 기록되는 SNS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참으로 유용한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직업의 특성 상, 혼자 연구실에 앉아 업무를 보다 보면, 내가 연구실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약어)들이 올린 글이나 공유한 소식들을 보면서, 경남 양산에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페친들의 활동에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댓글을 달면서, 잠시 연구실 밖 세상을 경험하곤 한다. 나 또한 나의 일상과 생각들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살아있음을 연구실 밖 세상으로 외치며, 일상의 외로움을 달랜다.
이렇게 SNS가 나의 주된 소통의 장이 되면서, SNS를 통해 비춰지는 내 모습이 과연 진짜 내 모습일까란 생각을 해본다. 당연히 내가 직접 작성한 나의 생각과 일상이기 때문에 내 모습이 맞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보여주고 싶거나 그래야 한다라는 생각에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의도적으로 나 자신을 노출시키고, 한동안 그 글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스스로 글을 삭제하기도 하면서, SNS 상에 내가 무엇을 보여줘야 하며,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해 종종 고민에 빠진다. 과거 나의 포스팅을 누군가 곡해하여,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내게 들려온 이후로는 포스팅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나의 오랜 지인들에게는 나의 포스팅을 통해 나의 또 다른 면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로지 SNS 상에서 맺어진 친구 관계에선 그들에겐 오직 이 모습만이 나의 전부인냥 비춰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SNS를 자제하고, 침묵이 금이고, 튀지 말고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않겠나란 생각에서 스마트폰에서 앱을 지워본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간 익숙했던 세상과의 단절이 쉽지만은 않았고,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것을 잘 활용해 볼까에 더 고민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SNS는 문명의 이기이고,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이 그것을 잘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삶을 풍족하게 하지만,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나와 내 주변의 삶을 파괴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일 때, 일촌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지금은 많이 잊혀졌고 당시 일촌들의 소식은 알 수 없지만, 당시의 내 모습은 여전히 싸이월드 앱에 남아있고 가끔 옛 사진을 보며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당시 일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렸던 많은 일상들이 현재의 내게 보여지고 있다.
결국 SNS 상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그들에게 보여줬던 내 삶이, 다시 내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세상의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언젠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시들해질 때가 올 것이고, 그때 난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는 삶이 그때 가서는 비로소 나에게도 보여질 것이고, 난 내 삶이 이렇게 풍요로웠었다고 웃으며 회상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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