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사랑한 흰머리 소녀

  • 등록 2014.11.04 16: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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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칼럼

제가 개원하고 있는 곳은 소위 반촌이라는 곳이어서 시골분위기도 많이 나고 더불어 환자분들의 나이도 다소 많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근처에 요양기관과 치매병원이 있어서 치아와 잇몸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자주 오십니다.

단발머리에 제법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한분 계십니다. 치아도 많으시고 잇몸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으신데, 오시면 항상 치아 빼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십니다. 구치부가 다수 없어 결정적일 때(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을때) 잘 못 씹어 드셔서 하소연을 자주 하셨더랬습니다. 요양기관에 계신지라 틀니하실 여유가 없으셨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마침 도에서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을 했었는데 대상이 되실 것 같아 보건소에 연락해보니 조건이 되신다고 해서 상하악 국소의치를 제작해드렸습니다. 처음 하시는 거라 적응에 시간이 좀 걸렸으나 최근엔 제법 잘 사용을 하시는지 오실 때마다 인사가 황송할 정도로 극진하십니다.

그동안 몇 개 남지 않는 치아를 가지고 조금씩 씹으면서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잘 하셨나 봅니다. 다른 분들보다 얼굴에 생기도 있으시고 말씀하시는 게 거의 박사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르신 틀니 대상자가 되셔도 주로 완전틀니를 해드려야 해서 해드리는 마음도 무겁고 적응하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무거워서 맘이 편칠 않는데, 할머니는 다행히 다수의 지대치로 인해 저작의 향상이 있으셨습니다.

남아 있는 치아들을 잘 관리 하시고 주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셔서 보철 점검과 잇몸점검을 빠뜨리지 않고 잘 받으시면 오랫동안 맛있는 걸 많이 드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정기 점검이 아니어도 꼭 중간에 한 번 더 내원하십니다.

약속 아니라고 보호 간호사들이 말려도 오는 차편에 그냥 불쑥타고 오신답니다. 잇몸치료 후 잇몸이 많이 좋아져서 개운하시다고 그리고 한번 오실 때마다 가벼운 치태조절을 해드리니 그 맛에 오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시면서 치과에 장식되어 있는 장미를 한 송이 씩 꼭 빼 가신답니다. 물론 커피믹스도 한 두 개 씩 가져 가시지만요.

식사를 더 잘하시는지 얼굴에 살도 제법 오르다보니 같이 오시는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들이랑 비교해보면 소녀에 가깝답니다.

잘 드실 수 있다는 것. 비록 틀니를 하셨지만 다수의 지대치로 인해 편한 틀니를 하실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고 할머니도 좋아하시고 장미와 커피믹스를 가져가시지만 그것이 애교로 보이는 흰머리 소녀 할머니…
잠깐 생각에 잠겨봅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중에 흰머리 소녀 할머니 같은 분들이 자꾸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완전틀니의 치료를 받는 어르신들보다 부분틀니 치료를 받는 어르신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길, 그리고 이제 어르신들도 부분틀니 치료를 받는 것보다도 치아를 평생 동무 삼아 의치 없이 자연치아 그대로 오래오래 관리 받으시면서 사용하시는 그때가 빨리 오길 바라봅니다.

언젠가 그런 때를 대비해 오늘도 치주치료의 필요성과 주기적인 내원의 중요성을 젊은 환자분들부터 잘 설명 드리고 전략적인 보철치료도 중요하지만 기본치료, 기본 보험치료에 열을 한 번 더 올려 볼까 생각합니다.

흰머리와 주름이 있긴 하시지만 생기 있는 얼굴과 맛나는 것을 잘 드시는 자연 치아를 많이 가지신 흰머리 소녀 소년들이 많이 생기시게요.

비록 조화지만 예쁜 장미와 커피 믹스를 더 많이 사다 놔야겠군요.

김근석 창원시 북면치과의원 원장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근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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