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영화관을 찾았다. 상영시간에 맞춰 서둘러 좌석에 앉았는데, 영화표에 쓰여 있는 시간보다 10여분 넘게 광고가 진행되었다. “영화관에서 돈을 내고 광고를 보는구나”하며 언짢은 기분을 달래며 지루하게 이어지는 광고를 보던 중 깜짝 놀라게 한 광고들이 눈에 띄었다. 지방흡입 시술을 권하는 ‘M 의원’ 광고와 아토피, 비염 치료 버스광고로 논란이 된 ‘P 한의원’의 광고였다.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되었다면, 허용될 수 없었을 내용-치료효과가 과장되고 환자의 체험담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극장광고는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57조에서 정한 사전심의 대상은 신문, 정기간행물, 옥외광고물 중 현수막, 벽보, 전단 및 교통시설 이용광고, 전광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터넷 매체에 한정되어 있다. 1760만이라는 역대 한국 개봉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며 올해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명량’은 15세 이상 관람가였으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도 상당수 관람했을 것이다. 영화 광고는 다른 광고에 비하여 몰입도가 매우 높다. 광고에 현혹되기 쉬운 청소년들이 극장을 찾았다가 이러한 불법 의료광고를 봤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마저 든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편도준 기획실장은 “극장광고를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단 극장광고만의 일일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돌출입, 삐뚤삐뚤한 치아, 치아교정 3개월만에 완성”, “서민만을 생각한 임플란트 OO만원” 등의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카카오톡 SMS 등에서는 “교정검사 무료”, “선착순 할인”, “추첨 할인 이벤트” 등 불법을 넘나들며 환자를 유인하는 광고 또한 범람하고 있다. 2013년 10월 소비자시민모임이 ‘버스, 지하철, 인터넷 등 의료광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버스, 지하철 등 운송수단 내부와 인터넷에서 연결되는 의료기관의 홈페이지 등 현행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된 매체의 의료광고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된 의료광고에서는 치료 전후 사진을 통한 과장된 치료효과 및 치료기간을 보장하는 광고, 환자의 체험담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특정 의료기관에서 개발한 의료시술 또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 명칭을 사용한 광고뿐 아니라 비용할인이나 이벤트 행사 등의 불법 유인성 광고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의료광고는 의료법에 의해 규제되어 왔으나 2005년 10월 ‘의료인의 영업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난 후,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의 광고를 금지할 것을 전제로 허용되었다. 이후 2007년 4월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의료광고 사전심의제가 시행되었고, 2012년 8월 옥외광고물 등 관련법에 따란 교통시설, 교통수단표시물, 전광판, 인터넷 뉴스 등 인터넷 매체가 추가적으로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되었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상업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고 의료광고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광고는 상행위에 대한 광고로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어 의료인에게 의존하여야 하고, 치료를 앞두고 있어 객관적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 놓인 환자들은 의료광고를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의료광고는 공익을 위해 규제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의료법 제56조 및 의료법 시행령 제23조에서는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진료가 질병치료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거나 다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한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부작용 등 중요정보를 빠뜨린 광고 등을 금지되는 의료광고로 나열하면서 이와는 별개로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광고는 그 내용이 객관적이고 진실하여야 함은 물론 표현에 있어서도 소비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의료법에 사전광고심의대상을 일일이 열거하다보니, 법이 매체를 뒤늦게 따라가는 형국을 되풀이하게 되고, 불법 의료광고가 가능한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의료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경우, 소비자는 부작용 등 해당 의료서비스의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의료피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의료서비스로 인한 피해는 생명·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원상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소비자는 부당한 의료광고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의료광고 표현에 대한 규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 유치를 위한 비정상적인 광고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과다경쟁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의료광고의 급증으로 이어져 의료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성이 높으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와 함께 홈페이지, SNS 등의 불법 의료광고에 대해 계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의료광고의 심의대상 매체를 확대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2013년 5월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교통수단 내부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포함시키고 가격으로 유인하는 의료광고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람하는 의료광고들에 대한 회원들의 인식 전환과 자체적으로 불법 의료광고를 정화할 수 있는 성숙된 치과계 내부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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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서울지부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