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공연 예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뮤지컬, 연극 등이 인기를 끌며 이제 인기 있는 공연은 몇 달 전에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작년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공연장에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다. 공연 시작하기 전 라운지에서 기다리는데 여기가 브로드웨이라도 되나 싶을 만큼 외국인들이 많고 그 국적도 다양했다. 심지어 공연 중에 영어 자막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자막도 함께 나오는 걸 보니 이제 K-POP, 한국 드라마 뿐 만 아니라 뮤지컬도 한류열풍인가 보다. 미국이나 유럽여행을 가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 극장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여행을 와서 공연장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
이렇게 멀리까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몇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내한공연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영국 런던의 오리지날 팀이 공연한 뮤지컬을 우리나라 극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상영하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이 나갈 때 이미 극장에서 막을 내린 것은 아닌지가 조금 걱정된다.) ‘빌리 엘리어트’라는 뮤지컬인데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실황을 라이브로 담아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상영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극 중 인터미션까지 지켜서 영화관에서도 5분간의 시간 동안 잠시 공연을 쉬게 되니 꼭 진짜 공연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80년대 영국 북부 탄광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은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꿈꾸게 된 어린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옛날 남자 발레리노라니, 그것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매일 파업이 벌어지는 탄광촌 시골마을에서….
빌리가 본인도 모르게 발레에 이끌려 자유롭게 춤을 출 때, 현실에 부딪혀 그 꿈 앞에 좌절할때, 춤출 때 자유를 느낀다며 노래하고 춤을 출 때 나도 모르게 공연장에 와 있는 것처럼 전율이 느껴진다. 실로 10살밖에 되지 않은 이 어린 꼬마가 보여주는 기량은 대단하다. 3시간이 다되는 공연을 거의 혼자 이끌어 가다 시피 하는데 이 3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몇 달간 준비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이 어린 친구의 몸짓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실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만이 갖는 매력은 바로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호흡과 땀방울을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뮤지컬이 과연 그 생동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뮤지컬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공연장 앞자리에 앉을 때보다 더 가까이 카메라가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고, 실제 극장 관객들의 박수까지 실황으로 담아내다 보니 오히려 내가 런던의 극장에 와있는 것처럼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공연장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직접 느끼며 보는 공연도 좋고 또 한편으로는 영화관에서 팝콘 먹으면서 마음 편히 보는 공연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연말에 공연 하나 보고 싶었는데 하시는 분들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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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희 이플러스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