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등록 2015.05.08 16: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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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작은 복지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처음 가 보는 곳인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다.
지인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한 후배와 봉사활동에 대해 얘기하는 도중 귀에 익은 이름을 들었다.
그 후배를 비롯하여 몇몇 선후배들이 매달 찾아가 봉사를 하는 곳이 필자가 잘 아는 시설이었던 것이다.
이 시설은 약 4년 전쯤 필자가 무대 기획을 했던 음악회에서 함께 무대에 섰던 인연이 있는 아이들이 지내는 곳이었다.
초·중·고 학생들로 구성된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하던 모습과 우리 밴드의 반주에 맞춰 앙코르 곡으로 ‘사랑으로’를 함께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대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감동적인 음악회이기도 했다
그 이후 한번 꼭 찾아가리라 다짐했건만 속절없이 수년이 흘러 버렸다.
물론 핑계 같지만 삶이 왜 이렇게도 바쁜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후배의 봉사 후일담을 통해서 그들의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함께 방문하기로 했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고기, 간식, 책 그리고 옷가지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나름대로 준비하였다.
모두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것이지만, 특히 일행들 중에는 저 멀리 창원에서 이날을 위해 매달 올라오는 친구도 있었고,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바자회에 작품까지 기증하여 후원금을 마련하는 열성 멤버도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모두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낯익은 얼굴들을 생각하며 갈 길을 서둘렀다.
그곳에는 아이들 30여 명이 한 지붕 아래 지내고 있는데, 원장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아이들과 어울려 게임도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기를 나누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다음에는 재능 기부로 다양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 보아야겠다.
밤 9시가 다 되어 우리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하던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연 이러한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 혹시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헤어지는 아쉬움보다 또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만남을 매달 한 번, 3년 넘게 지속해 왔다는 선배의 이야기는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필자는 그동안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지내는 시설만 다녔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느낌이 새로웠다.
그 시설들에서는 깊은 대화가 불가능했으나 이곳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계신 경우보다 부모님이 알코올 의존증이나 가정 폭력 또는 부양 능력이 없는 등 아픈 사연이 구구절절했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배고팠던 기억보다는 주위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더욱 아팠다는 이야기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고 곧게 자라서 사회의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게 보살펴 줘야 하는 일은 우리 어른들의 무한한 책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앞으로 홀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그 아이들을 어떻게 받아 줄지 마음이 무겁다.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우뚝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정작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우리들의 선물 보따리가 아니라 같이 진심으로 얘기해 주고, 같이 땀 흘리며 공을 차고, 그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주며 박수 쳐 주는 이웃에 사는 삼촌, 형, 누나들 같은 관심과 사랑이었던 것이다.
신록의 계절 5월에 푸른 나뭇잎같이 싱싱하게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튼 그 녀석들이 눈에 밟혀 다음 달에도 또 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엇을 준비해 가면 그 녀석들이 좋아할까?
기타를 메고 가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생각해 본다.
필자에겐 이제 또 다른 즐거운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호진 양평 영진치과의원 원장

김호진 양평 영진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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