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구강건강을 지킴으로써 인류에 봉사할 임무를 부여받은 직업전문인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대다수가 치과의사에게 치과 치료를 받게 된 것은 의료보험이 실시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였지만, 당시에도 비보험 진료에 해당하는 보철치료는 기공사나 돌팔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치과의사들의 노력으로 우리 치의학 임상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발전하여, 70에 이상 노인 임플란트, 틀니의 보험화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치과계는 난이도가 높은 치과치료가 대중화되었고, 해외학회에서 우리나라의 치과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일반인들의 치과진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증대되고 치과진료가 국민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져갈수록, 사회의 치과의사들에 대한 요구와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치과계는 높아진 사회적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보다는 일부 치과의사들에 의한 지나친 상업주의적 진료행태로 인하여 국민적 비난을 자초하며 국민의 신뢰가 날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하나의 전문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치과의사들이 과학에 기반을 둔 의학지식을 독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얻은 ‘지적인 권위’와 전문가주의 정신의 확립을 통해서 얻은 ‘도덕적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러한 두 가지 권위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상실한다면 치과의사는 더 이상 전문직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나라 치과계가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는 바로 ‘도덕적 권위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의료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목적을 가지고 시행되는 선의의 행위로 의료인에게 환자의 신뢰와 존중은 필수이다. 치과의사의 신뢰가 추락함에 따라 환자들은 치과진료를 치료비 지불에 따른 계약관계로 인식하여, 자신이 원하는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의료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권리를 부여 받은 치과의사들이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한다면 사회는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치과의사의 잘못된 행위를 법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사회의 신뢰는 더욱 떨어진다. 지금의 치과계는 진료자율권의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고, 치과의사의 지위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도덕적 권위의 상실은 물질주의적 가치관, 지나친 경쟁에 의한 의료의 상업화, 의료인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기형적 의료제도 등도 문제가 있겠지만 의료인 내부의 윤리교육의 부재가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치과의사는 자율적으로 전문지식과 술기를 유지하고 치과의사로서 갖추어야할 덕목과 소양을 지켜가도록 노력할 책무를 갖는다. 추락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는 강력한 자정능력이 필요하다.
치과의사는 왜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윤리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항상 강조되어 왔다. 특히 직업전문인으로서 의료인에게 윤리성이 강조되는 것은 자신의 건강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의사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사 관계의 속성에 의한다. 의료인의 면허란 사회가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하는 의료행위를 특정 권위에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로운 판단에 위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의료인이 고도의 전문직업성을 갖출 것을 당연히 요구하며,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은 환자의 가능한 최선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하여 고려하는 데에 그 방점이 있다.
임플란트 누적 총 수술 건수 몇 만 건을 돌파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일이 흔한데 환자의 아픔은 생각하지도 않고 실적만 자랑하는 것이, 의료법에 따른 적법한 광고 여부를 떠나서 의료윤리에 비추어 정당한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복잡하고 막연해 보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맞추어 보면 상황이 쉽게 이해되고 정리가 되는 것이 바로 윤리이다. 치과의료윤리는 진료실에서 우리가 흔하게 접하게 되는 고민들, 과잉진료, 보조 인력의 위임진료,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사용, 의료과실에 대한 환자에 고지, 동료 치과의사와의 관계 윤리 등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각 나라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성격의 윤리지침을 만들거나 다른 이름으로 회원들의 이해를 돕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을 중심으로 의료인 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의료인 단체가 자격과 권한 그리고 의무를 갖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며,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율정화가 가능하도록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역량 및 소양을 함양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의료전문직업성의 자율규제 원리의 기초이다.
그러므로 이제 다시 치과 의료 윤리를 이야기할 때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철학자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였다. 윤리는 우리가 먼저 준수하고 나아가게 되면 존경과 권익이 보호되지만, 외부에 의해 강요될 때에는 비난과 수모,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 따라온다.
우리 치과의사 스스로의 자정작용은 성실하게 치과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후배치과의사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추락하는 치과 의료인들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자정노력은 치과의사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과 치과의사협회, 그리고 각 전문학회들과 같은 직능단체들에서부터 시작되어 개개인의 치과의사들에게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로써 우리 치과의사들은 새로이 형성된 치과 의료 전문직 문화 속에서 스스로 보다 더 발전된 전문직업성과 진정한 치과의사로서의 품격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새로움은 안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안에서 밖을 만들 것이다. 치과의료윤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우리의 의식이 변해갈 것이다. 열악한 우리나라 진료 환경에서도 성실한 진료를 다하는 치과의사들의 고민들이 모여, 어두운 환경을 환히 밝히는 작은 불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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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서울지부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