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오래전에 죽었다고 한다. 누가 공교육을 믿느냐고 한다. 공교육은 이미 희망이 없어졌다고 한다. 공교육만으로는 대학에 보낼 수 없어 엄마들은 사교육을 알아보느라 바쁘고 여기 저기 학원에 레벨 테스트를 시키고 그 결과에 절망한? 나머지 실력을 올릴 수 있을까 싶어 결과에 책임도 지지 않는 학원에 매달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사교육이 국민 총생산의 너무 많은 양을 차지해 버려 예전 전두환 정권처럼 하루아침에 사교육 시장을 싸그리 없앨 수도 없다. 사교육에 의지해 살아가는 많은 학원 관계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면 나라 경제가 휘청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어젯밤 학원숙제를 하느라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교사들은 그래도 수업에 참여하는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영어, 수학은 거의 다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수업한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무언가를 배워 보겠다고 질문을 하는 것은 참으로 쌩뚱 맞은 일이 된다. 중학교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은 내가 고등학교 때도 그 개념을 어렵게 이해하거나 결국 이해하지 못했던 어려운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뇌가 무르익지 못한 아이들은 이해도 할 수 없는 내용을 그냥 암기하는 식으로 주입식 교육에 나름 적응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또 학원에 가고 학원 갔다 오면 또 숙제해야 하는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은 학교의 축구 시합 아니면 핸드폰 게임에서 낙을 찾는다. 여자아이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학교에서는 연예인 감상평가로, 카톡 뒷담화로 공부에 지친 마음을 달랜다. 그 일 밖에는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다.
한편으로는 대안학교가 해결책으로 떠올라 여기저기에 대안학교들이 생기고 대안학교 박람회까지 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배제하고 아이들의 적성을 찾는데 더 집중하며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킨다, 속도는 늦지만 토론과 대화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인격적인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즐겁게 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은데 불안하다. 역사가 짧아 검증이 불충분하다. 선생님들의 자격은 어떻게 되나? 긴장감 없는 학교에서 과연 대학이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여러 대안 학교들마다 다 시스템이 달라 학원만큼 고르기가 어렵다.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래도 교육의 노하우가 쌓여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청 보다 더 훌륭한 교육을 제공해 줄까? 교육은 좋은 교육을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될 걸로 안다. 좋은 교육 시스템, 대부분이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격적인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이번에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서는 경기도 교육청이 지정하는 2016년도 혁신학교를 신청한다. 지금까지 3번 신청해서 다 떨어지고 4번째 신청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장점은 수업방식과 교사초빙에 있다. 현재 통계상 아이들의 수업참여율은 10~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아이들을 많이 참여시킬 수 있도록 토론식, 조별 모듬 학습식으로 수업한다고. 이렇게 되면 수업에 아이들이 주체가 되고 소외되는 아이들이 줄어들게 된다.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수업준비와 결과 평가에 선생님들께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일단 지정을 받으면 4년을 운영하게 되는데, 신규 지정년도에는 평균 5000만원, 2년째 부터는 3년간 3000만원을 지원받으며 이후에 재 지정을 받으면 연평균 2000만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정원의 50% 이내 우수한 정규교사를 혁신학교 전문요원으로 초빙할 수 있다. 이것은 혁신학교의 이름답게 혁신적인 것인데 관내에서 뿐만 아니라 훌륭하시다고 평가받는 선생님이면 관외에서도 얼마든지 초빙이 가능한 것이다.
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운영위원회는 학교법에 규정된 회의로 교장·교감선생님을 포함한 교원위원 6명, 학부모위원 6명, 지역 인사를 초빙한 지역 위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의 재정을 포함한 중요한 학교 운영관련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이다. 운영위원회에서 혁신학교가 되었을 때 혹시 아이들의 학력이 저하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담당 선생님이 제시하신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수업방식에 익숙해 진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생활에 더 유능하게 대처한다고 하고 혁신학교 출신 아이들의 대학 진학률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또한 상위권 학생들 보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수업참여율을 높이고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공부 하나로 줄을 세워서 인생을 재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무궁 무진한 능력과 재능을 품고 있는 광맥이다. 혁신학교가 이런 아이들의 능력을 발굴하고 원석을 연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 운영위원들은 혁신학교 신청안을 기쁘게 통과시켰다. 내가 공교육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꽤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만일 공교육에게 우리 아이들의 대학입학을 책임지라고 한다면 공교육은 거기에 걸 맞는 대답을 아직은 해 줄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이란 학교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중대과제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북돋울 때 힘차게 자랄 수 있다. 그야말로 학생사부모 일체(學生師父母 一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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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서울 로고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