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과 ‘#31 치아’

2022.03.02 16:10:19

특별기고

삼일절이 다가오고 있다. 몇 해 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3.1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일운동’을 ‘삼쩜일운동’으로 말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농담조로 말했다면 모르지만 진짜로 그 중학생이 ‘삼일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삼쩜일운동’이라고 말했다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기사 내용이 기억난다. 이와 비슷한 일은 우리나라 치과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구강검사 시 ‘삼십일번 치아’가 변색되었다고 표시할 때, ‘삼십일번 치아’는 어떤 치아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많은 치과의사들은 서슴치 않고 ‘삼십일번 치아’는 ‘하악 좌측 중절치’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치아표기법 중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서 규정한 two-digit system을 사용하여 ‘하악 좌측 중절치’를 ‘#31’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의학교육은 초기에는 미국 치과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겨진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치아에 대한 표기법으로 1947년에 Zsigmondy/Palmer 표기법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 키보드 사용 시 Zsigmondy/Palmer 표기법 사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유치는 악궁의 상악 우측 제2유구치에서 하악 우측 제2유구치까지 순서대로 알파벳 대문자(A~T)로 표기하고, 영구치는 악궁의 상악 제3대구치부터 하악 제3대구치까지 순서대로 아라비아 숫자(1~32)로 표기하는 Universal notation system을 1968년에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사용해 오다가 1996년부터는 FDI notation (ISO 3950) system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현재까지도 Universal system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FDI에서 주창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치의학회(IADR)가 승인한 FDI 명명법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치과계에서는 FDI 명명법이 바르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FDI 표기법은 모든 치과의사들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Universal notation system과 달리 유치와 영구치 모두 두 자리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는데, 먼저 첫째 자리 숫자는 영구치열과 유치열을 각각 사등분하여 영구치열의 상악 우측 사분악부터 하악 우측 사분악을 차례대로 각각 ‘1’에서 ‘4’로, 유치열의 상악 사분악부터 하악 우측 사분악을 각각 ‘5’에서 ‘8’로 표기하고, 각 사분악의 영구치와 유치는 정중면에서부터 먼(원심)쪽으로 순서대로 영구치는 ‘1~8’로, 유치는 ‘1~5’로 각각 표기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Universal system과 구분하기 위한 FDI 명명법이다. FDI 명명법에 따르면 각 치아를 두 자리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되, 읽을 때는 반드시 각각의 자리수를 따로 읽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31’은 ‘number thirty-one’으로 읽지 않고 ‘number three-one’으로 읽어야 한다. ‘number thirty-one’으로 말하게 되면 이 치아는 ‘하악 좌측 중절치’가 아닌 Universal notation system의 ‘하악 우측 제2대구치’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명확한 국제적 명명법에도 불구하고 많은 치과의사들이 치아를 FDI 표기법으로 표시하고 Universal notation system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익숙함에 따른 편리함으로 지속적인 오류를 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전문가집단의 심각한 오류라 아니할 수 없다. 치아명명법을 제대로 학습한 학생들마저도 병원 임상실습과정이나 심지어는 여러 치의학 관련 학회에서조차 공공연하게 이러한 오류를 자주 경험하게 되다 보니, 올바른 치아명명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선배들의 오류를 답습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한국 치과계의 국제적인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올바른 치아명명법’ 사용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나름 교육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전체 치과계에서는 그 변화가 미미함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되었더라도 분명하게 잘못된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 곧 ‘삼일절’이 다가온다. ‘삼일절’이 ‘삼쩜일절’이 아닌 것처럼 ‘#31 치아’는 ‘삼십일번 치아’가 아니고 ‘삼일번 치아’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건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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