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 가다(1)-키르기스스탄

2022.09.28 16:33:25

Relay Essay 제2520번째

주어진 안식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오래전부터 생각이 많았다. 원 없이 골프를 칠까, 미국 횡단을 해볼까, 하지만 가장 좋은 휴식은 평소 하고 싶었던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키르기스스탄 동문 선교사와 박사학위 제자 및 연수 의사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기로 했다.

 

키르기스스탄은 12세기에 몽골족이 세운 서요(西遼)의 진출로 인해 지금의 영토로 이주하여 세운 나라로 추정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에 접경하고 있는 나라로서 자원이나 특정 산업의 발전이 없어서 중앙아시아 나라 중 거의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이다. 구 소련 연방 시절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많아서 주로 관광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길에 다니는 자동차들은 대게 20년 전에 보았던 차들이 많았고 도로가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길을 걸을 때는 반드시 바닥을 잘 살피고 걸어 다녀야 했다. 러시아 침략 이전에는 유목생활을 했으며, 민족주의 운동을 억압할 목적으로 러시아인들이 대거 이주하며 혼혈과 러시아계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띠었다.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 중 1991년 독립을 선언하고 오늘날의 키르기스스탄으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대통령 선출 과정 등의 정치체계가 주변국에 비해 민주주의가 잘 정착 되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고유 언어가 있지만 교육분야 등에서 아직 대부분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치과대학은 5년 과정이며 졸업 후 2년의 인턴 과정 후에 진료가 가능하며 5년간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가진 시니어 치과의사와 협진을 한 후에야 독립 진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치과의사당 체어가 하나밖에는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세치대 동문인 이진리 선교사가 운영하는 카리스마병원 역시 인턴과정을 포함한 약 20여 명의 치과의사가 교육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필자는 3일간 매일 저녁에 진행되는 교합 세미나를 위해 방문하게 되었는데 치과대학에서 교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일을 마치고 피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강의를 들어 주었다. 이진리 선교사는 27년간 교육선교사업을 해오신 문누가 선교사의 사역을 5년 전부터 이어받아 지금까지 잘 수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기독교를 갑자기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없고 전도를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조금씩 기독교 복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한다. 열매가 많지 않은 긴 시간 속에 큰 인내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의 일반적인 치과수준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었지만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이곳 병원에는 한국의 최신 디지털 장비들을 보유하고 높은 수준의 진료를 하고 있었다.

 

특별히 이 지역 VIP들을 위해 세운 고급 병원인 카이로스 병원의 시설과 스텝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진리 선교사 부인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자유 선교사가 사역하는 엘딕 클리닉에는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온 여러 명의 전문의들이 함께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연구분야인 정밀의학에 대해서도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수도인 비슈케크에 유일한 한국인 의사인 이자유 선교사는 이번 코로나 유행 때 최전방에서 이곳 한인들을 돌보아주는 역할을 감당하였는데 대부분의 선교사 의사들이 제대로 된 방호복 없이 현지인들을 희생정신과 사랑으로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다른 일정으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기숙 직업 훈련 학교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마치 한국의 가나안 농군 학교와 같은 정신을 심어주며 미래의 꿈을 가진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미래의 리더로 키워 가는 곳이었다. 아침 5시 반부터 시작되는 구보와 명상 그리고 언어 및 직업 훈련들 속에서 가난을 이겨내고 삶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이들을 보며 젊음의 도전정신으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다. 이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였다. 모든 것이 풍부하고 문화적으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선망의 나라, 그런 곳에 사는 우리들은 이제 주변으로도 시선을 돌려 우리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 나가는 많은 이들을 위해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감당해 나아가야 할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함께 닮고 싶은 롤모델이기도 하다.

 

치과영역에서도 우리는 이제 세계 치의학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선도국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우리를 따라오는 주변 이웃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재훈 교수(연세치대 보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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