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가

2023.02.08 16:05:51

스펙트럼

결과가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부먹인가 찍먹인가와 더불어 인류 3대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닭이든 달걀이든 맛있게 잘 먹으며, 부먹보다는 찍먹을 좋아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아무도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꺼라는 저의 자만이, 그에 대한 반발로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의식 깊은 곳에는 결과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으므로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재미지게 써지는 것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을 쉽게 내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과에 집착하는 현대사회의 세태가 정상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결과가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 지적 허영심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가를 따질 때, “결과는 중요하지 않고 과정만이 중요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단지, “과정이 어떻게 되었던 결과가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공부를 열심히 했었는데 시험을 못 본 경우와,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서 잘 본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살을 붙여 본다면, 이것이 쪽지 시험이었을 경우와 대학입시의 경우가 다를 것 같습니다. 쪽지 시험이었다면 결과에 대해서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학입시 같은 큰 시험의 경우 그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의 명제가 조건에 따라서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1995년도에 수학능력시험을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3년동안 후회없이 공부했냐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할 수 있겠지만, 고3 일년간은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망했습니다. 요새 말로 폭망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모든 교시에서 평소보다 점수를 못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채점을 하고 어떤 자세로 눈물을 흘렸었는지도 기억이 납니다.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하나 하는 눈물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본고사가 있어서 대학입시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하는 결과가 그 당시에는 정말 큰 것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3 일년동안 술, 담배 끊고 열심히 공부했던 과정이라는 저의 주장입니다.

 

“라떼”같은 꼰대 소리 아니냐고 하신다면, 뭐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이 경험하고,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시야가 넓어지고 나니, 눈앞의 결과 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눈 앞의 결과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의 점수가 중요했고, 결과도 빨리 나오지 않으면 안달했던 것 같습니다. 염려한다고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계속 염려하라던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심지어는 어떤 결과보다도 돈이 중요하다는 황금만물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 이익이 어떠한 결과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편하길 원하고,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본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사회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랑, 자유, 평화. 그럼에도 오히려 돈에 대한 가치만 더 부추기고 있지 않나 합니다. 사회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성공과 돈으로 대표되는 결과에 대한 이야기들만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올바른 가치관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사랑, 자유, 평화 같은 단어들이 노래 가사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지는 않더라도, 황금보다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결과적으로 황금만능시대가 되었다 하더라도, 인류에게 필요한 가치들을 바로 잡고 강조할 수 있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빠름보다 느림, 돈보다는 행복,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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