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매뉴얼 만들기

2023.04.19 16:11:28

황충주 칼럼

학창시절 노는 것 같은데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고 엄청 시간을 들여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별로 안 좋았던 친구의 기억이 있다. 공부의 요령을 알고 있으면 시간을 별로 투자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공부하여 성적을 올리지만, 공부의 원리를 모르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여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의 요령이나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해 보면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공부의 원리는 알고 있지만, 세상의 원리는 또 다른 문제이고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1+1=2라고 가르쳐 주지만 살다 보면 정답은 0일 수도 있고 1이나 10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학교나 학원은 공부를 잘하도록 가르쳐 주지만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나 요령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살아가는 원리는 본인이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과정에서 직간접 경험으로 배우게 되는데 다양한 상황을 다 경험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경우 수를 다 알 수도 없다.

 

예전에는 가전제품 기능이 단순해 이리저리 만지다 보면 매뉴얼을 보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요새 나온 전자제품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으면 다양한 기능을 100%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작동이 되지 않을 때 대처 방법도 있어 제조사들은 사용 전 매뉴얼을 필독하길 권하고 있다. 제조사가 제품을 잘 사용하도록 사용설명서를 만든 것 같이, 우리를 만든 창조주 또한 몸과 마음을 잘 사용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주셨을 텐데 우리 대부분은 설명서를 못 찾아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걱정과 두려움에 좌절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거나 멘토의 조언을 참고하여 본인의 목표에서 벗어나는지 평가하고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이런 조절 과정이나 장치를 사이코사이버네틱스라 하는 데 쉬운 말로 하면 방향성을 유지하려는 정신적인 자동유도장치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길을 안내해주는데 정반대 방향으로 가더라도 차는 원래 입력한 목표 쪽으로 다시 안내해주는 것과 같다. 이것은 내비게이션에 원래 상태로 가려는 자동 조절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인생의 목표를 정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내비게이션이나 나침판 같은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선택해야 할 사항이 많다면 항상 목표를 향하도록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결정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다시 목표로 갈 수 있게 하는 인생의 원리를 정리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없는 몇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첫째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부와 권력과 명예가 삶의 정답이라면 우리는 모두 똑같은 직업과 생각을 가져야 하고 이것을 얻기 위해 치열한 싸움과 아비규환으로 세상이 순조롭게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내가 정답이 아니라 오답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마음을 배려하라는 것이다. 정답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잘못 살고 있다고, 틀린 삶을 살고 있다며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의 삶에는 각기 다른 모습이 있으므로 각자의 삶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하루의 의미와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둘째는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감추어진 것은 지금이 아닐 뿐 언젠가 드러난다. 다만 내가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할 뿐, 비밀은 끝내 드러나고 만다. 그래서 솔직하고 성실히 사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무임승차, 불로소득 등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공짜의식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단순한 진리는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얻는 것은 없으며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고 심은 대로 거둔다는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넷째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태어난 것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사이에 수없이 많은 선택과 변화를 겪게 되고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것은 종종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며 세상은 상상한 것보다 너무 빨리 변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이나 가치관을 인생의 황금률이라고 한다. 많은 황금률 중 하나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우리는 원래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겨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직책과 직급이 높을수록 더 알아주기를 바라고 더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큰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 왕 다윗은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또한 기념하고 싶어서 보석 세공인을 시켜 반지를 제작하도록 했다. 세상 모든 것을 얻고도 교만하지 않고 모든 걸 잃어 큰 절망과 낙심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넣길 원했다. 세공인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새겨야 할 그 글귀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에게 도움을 청하자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었다고 하며 또 하나의 황금률이다. 좋은 일이 생기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우리는 우쭐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우리에게 닥친 죽을 만큼 힘든 시련, 어려움은 그냥 계속될 것 같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다시 새날이 올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는 쾌락, 기쁨, 슬픔, 절망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큰 변화를 겪게 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인생의 우선순위를 알지 못해 조급하고 불안해하며 버티듯이 오늘 하루를 산다. 앞에 있는 여러 갈림길에서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데 되는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다 보면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쉽고 방향을 잃고 당황하게 된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통해 현자들이 알려주는 내용을 다 알기도 어렵고, 잘 안다고 하더라도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혼란스러워진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몇 가지를 기억하고, 황금률을 실천하며 빠른 시간안에 단순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마주칠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인생 매뉴얼을 나름대로 수정 보완하고 정리하며 하루하루 바른길로 나가길 다짐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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