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단체 자율징계권 필요성 수면 위 다시 부각

2023.05.15 15:03:01

변협 3회 재판 미출석 변호사 조사위 회부 추진
법조계, 치‧의협 등 단체 자율징계권 도입 공감대

 

최근 권경애 변호사 학교폭력 피해자 재판 불출석 사건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협회장 직권으로 징계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여러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문직 단체 내 자율징계권의 필요성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최근 이슈로 부각된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무작정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자율징계권을 활용해 협회 차원에서 징계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변협은 최근 조사위원회를 열고 학폭 피해자 유족을 대신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다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소 취하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권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성실의무 위반 사안을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징계개시를 청구하는 방안을 변협 회장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조사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권 변호사 관련 안건은 상임이사회 의결 이후 변협 변호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고 박주원 양 어머니가 낸 소송을 맡았다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한 끝에 패소했다. 이와 관련 권경애 변호사는 변협 징계 등 자신이 책임질 부분에 대해 감당하겠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협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전문직 자율징계권 제도의 올바른 활용 예시라고 전했다. 김민호 변협 공보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율징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치협과 의협 등 의료전문직 단체에도 자율징계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특히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관련, 핵심은 결국 ‘전문직‧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임을 시사하며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율징계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면 이제 협회 내 징계위원회를 통해서 자격을 취소시킨다던지 등의 절차가 있다면 좀 더 국민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인 면허취소와 관련해서는 일단 국민들이 의료인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을 느끼니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과도기적으로 협회에 자율징계권을 도입해 자정 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에게도 (전문직으로서)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와 권인영 치협 상근변호사도 이 같은 김 이사의 주장에 동의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협회 차원의 자율적인 징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이라며 “타율적인 징계보다는 자율적인 징계가 국민들에 대한 신뢰 제고에 있어 훨씬 좋은 제도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권인형 변호사는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진료와 관계없는 범죄로 인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는 의료인단체 스스로가 자정할 수 있도록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 자율징계, 시민들도 문제의식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등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자율징계권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물론, 일부 문제를 일으킨 치과에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이들 중엔 치‧의협 등 의료인 단체가 자율징계권이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한 의대생이 교내 탈의실에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된 사실과 관련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00여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댓글에는 “의사협회도 눈치가 있으면 자체적으로 징계하고 의사면허 박탈 좀 시켜라. 이러니까 사람들이 수술실 CCTV법 적극 찬성한다. 이런 것들 때문에 의사들 향한 불신이 깊어지고 다른 의사들도 피해본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밖에도 이른바 ‘투명치과 사태’로 교정 시술비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본 집단 소송 의뢰인들도 자율징계권에 관한 정보를 접한 뒤, 치협에 자율징계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치협 등 의료단체는 현재 자율징계권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2011년 의료법 개정으로 각 의료단체 중앙회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됐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자율징계권의 전 단계인 '자율징계 요구권'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치협 윤리위원회는 회원들에 대한 징계 심의 후 정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했으나,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징계혐의자에 대해선 인적사항 취합 및 윤리위원회 소집 등의 절차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강운 부회장은 “치협도 자율징계권을 활용해 질적으로 좋지 않은 회원들을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와 관련 치협에서도 법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진균 전 치협 법제이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국민 피해를 준 전문가 집단의 징계는 사실관계 파악과 재발방지를 정확하게 위해 자체적으로 조사‧징계할 수 있는 자율 징계권 도입이 절실한 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치협을 비롯한 의료계도 대국민 신뢰도 회복을 위한 방편으로 자율징계권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중 기자 h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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