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치과 개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바야흐로 개원 치과 2만 시대를 목전에 뒀다.
본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통해 치과의원과 치과병원의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22년에는 1만90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에는 1만9332개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기준 한의원(1만4617개)보다 많으며, 일반 의원(3만5951개) 수도 내과·안과 등 진료과목 수와의 비율을 고려하면 월등히 많은 수를 차지한다.
세부적으로는 치과의원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평균 257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치과병원 수는 4개가 증가했다. 또 활동 중인 치과의사 수도 2만6522명에서 2만8459명으로 4년 새 2000명 가량 늘어났다. 다만, 2020년부터 1년마다 치과 개설 증가폭이 328개, 262개, 181개로 감소해 개원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지속돼 앞으로 개원 치과 수가 매해 평균 112개 이상 늘어나면, 늦어도 오는 2030년에는 치과 수가 2만 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개원 경쟁 심화 스트레스 늘어
이처럼 매년 치과가 늘어남에 따라, 일선 개원가에서도 개원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중에는 일부 치과의사들이 개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법의료광고를 게시, 환자를 유인하는 등 직업윤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개원의는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치과가 교회만큼이나 흔하다. 정말 많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며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사실이 이러니, 추세를 완전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이 올까 싶다. 치과의사가 본분에 충실하고, 환자도 치과의사에 대한 존중이 되살아나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개원 중인 A 원장도 “개원가가 심한 경쟁 속에 있다. 그 와중에 혼자 살겠다고 무분별한 진료 방식의 선택과 수가 설정, 그리고 불법의료광고 등을 한 치과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동료 치과의사에 대한 배려는 물론 치과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이처럼 개인주의 현상이 치과계 내부에서부터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으니, 앞으로 치과계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은 누가봐도 뻔하다. 미래가 어둡다”며 탄식했다.
이 밖에 지나친 광고 경쟁으로 피곤함을 호소한 원장도 있었고, 치과계 새로운 파이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치과가 밀집된 개원 풍경을 두고 ‘편의점 치과’라 표현한 원장도 있었는데, 실제로 한 매체 조사에 따르면 CU·GS25 편의점 업체별 점포 수는 각각 1만6500여개로 치과 수와 유사했다.
# 임상 브랜딩 등 ‘차별화’가 살길
이처럼 일선 개원가에서는 치과 수의 증가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경영 전문가는 앞으로 임상 브랜딩 등 본인만의 강점을 내세운 치과가 개원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이자 연자로 활동 중인 김병국 원장(죽파치과의원)은 “서양 격언들 중 ‘모두의 친구는 그 어느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진료를 잘한다는 말은 특출난 진료 영역이 하나도 없다는 말과 같다. 이 말에 의구심이 든다면 당장 김밥천국으로 뛰어가 돈가스를 시켜 한 입 베어 보라. 냉동 돈가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병국 원장은 이어 “그만큼 이제는 더 이상 치과의사 면허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개원 지역 내에서 규모를 기준으로 세 손가락 안(BIG3)에 들지 못하는 치과라면, ‘차별화(Differentiation)’에 앞으로의 사활이 걸려있을 것”이라며 “즉, 개원의들은 ‘본인만의 무기(장점·강점)’를 환자들의 뇌리에 ‘각인’ 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다. 브랜딩, 마케팅, 리더십, 직원 관리 등의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