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SCI논문을 이용한 광고 돌아보기

  • 등록 2024.09.25 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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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최근 치과 분야에서는 (전 의료분야에서도 마찬가지) SCI급 논문을 치과 재료 및 치의학 기술의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학술적 신뢰성을 상업적 목적에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제품이나 기술의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임플란트 시스템, 치과용 본딩 재료, 심미 보철재료, 잇몸치료보조제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해당 제품의 마케팅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사례 등이다. 이는 “최신 SCI 논문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라는 식의 문구로 시작하여, 해당 연구 결과가 제품의 우수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SCI논문을 이용한 광고를 볼 때도 어느 정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각 기업의 연구실에서 나온 ‘자체 결과’를 가지고 광고하는 것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게 연구가 되어있음은 자명하다. 학술 논문의 결과를 상업적 목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맥락이나 한계점이 간과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나 홍보 자료를 접할 때, 전문가인 치과의사 선생님들은 원본 논문을 직접 검토할 것을 권장한다. 이 실험이 재료의 강도 또는 색에 관한 것인지, 세포실험을 (세포와 재료를 같이 배양 하는 것) 한 것인지, 전임상 동물실험을 한 것인지, 실제로 환자에 적용한 임상연구인지는 특히 중요하다. 예상되는 대로, 재료의 강도 실험이나 세포실험에서 유의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동물실험 및 임상연구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는 것이 쉽지 않다.

 

논문에서 치과재료의 강도/색 및 세포실험의 결과라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의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동물실험 및 임상연구 결과가 좋을 경우 ‘나도 적용해 볼만한 꽤 괜찮은 기술이구나’ 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는 치과재료의 강도/색 및 세포실험의 결과는 실제로 임상에 활용되기전 이 신기술 및 치과재료의 임상성공 가능성을 정말 다양한 분석법 및 조건으로 연구하여, 대부분 논문 출간을 위해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는 결과 세트(Parameter)만 골라서 출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한 강도가 증가된 치과재료가 있다고 하면, 3점굽힘강도, 4점굽힘강도, 압축강도, 충격강도, 열순환 처리에 따른 노화(Aging) 실험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예를 들어 10가지 물성시험) 그 중에서 이 재료가 높은 강도를 보이는 것만 (4가지 물성시험) 논문에 출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학술지 SCI급 논문 투고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저자가 논문을 작성하여 선택한 저널에 제출하면, 집 문지기 역할인 에디터(editor, 편집장)가 이를 검토한다. 보통 제목과 초록을 읽고 논문의 그림(Figure)을 보면서 논문의 주제와 품질이 해당 저널에 적합한지 초기 평가를 수행한다.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보통 90~50% 이상의 논문이 에디터 손에서 리젝(Reject)된다.), 에디터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리뷰어(reviewer)들을 2~5명 선정하여 논문을 심사하도록 요청한다.

 

리뷰어들은 보통 비슷한 주제로 그 저널에 이미 논문을 냈던 사람들이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메일로 초청된다. 리뷰어들은 논문의 과학적 타당성, 방법론, 결과의 해석, 그리고 전반적인 기여도를 평가한다. 이 때, 에디터든 리뷰어들이든 대부분의 결과가 차이가 없으면 해당논문의 질적 우수성을 낮게 평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출판되기를 희망하는 저널에 제출된 논문에서 결과 차이가 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결과의 차이가 없는 것을 저널에 출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뷰어들은 수정 과정에서, 차이가 없는 것은 보충자료(Supplementary)로 빼고 결과 차이가 나는 것을 위주로 메인 논문을 구성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저자들은 리뷰어들의 코멘트와 제안사항을 반영하여 논문을 개선하고, 1~2번의 수정된 논문 제출 (저자의 답변 포함, ‘Response to Reviewers’) 후에, 심사했던 리뷰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에디터가 논문의 게재를 승인하면 출판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이러한 문화를 개선하고, 예상과는 다르게 차이가 없는 결과와 오히려 결과가 예상과 반대로 나오는 결과를 넣어서 논문을 출간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논문 리뷰과정으로 가게 되면, 그러한 비슷한 결과들을 많이 넣은 경우 오히려 저자의 발목을 잡게 되어 해당 논문이 출간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연구자들도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조건과 방법으로 실험하고, 이 결과 들 중 자기의 스토리(가설)에 맞는 실험결과 세트을 선택해서 논문을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자들의 선택에 의한 연구논문 집필을 이해한다면, 광고에 소개되는 SCI논문의 결과를 보는 눈이 달라 질 수 있다. 한 가지 팁은 특정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많이 하는 실험방법으로 도출된 결과가 출간된 논문에서 보이지 않은 경우, ‘그 실험에서는 결과값의 차이가 없었구나’라고 유추도 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논문 출간문화를 이해하고 상업 광고를 본다면 더 수준 높은 치과진료가 가능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환 단국치대 교수·조직재생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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