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나라의 여성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 노벨상을 받는 쾌거였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에선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고, 발표 이후 한강의 작품은 66시간에 53만부, 1분으로 따지면 136권이라는 유례없는 판매부수를 올리며 대한민국에 난데없는 독서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에선 작품을 어떤 순서로 읽어야 되는지, 대표작은 무엇인지를 서로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서점에선 책이 완판되어 더 이상 판매할게 없자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씨의 작품을 매대에 진열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다던가, 5.18의 비극과 아픔을 담은 ‘소년이 온다’를 두고 정치성향에 따라 논쟁하는 등 별 쓸데없는 잡음도 있지만 한강 작가 덕분에 출판과 문학 분야에 새로운 바람과 활력이 불어넣어졌음에 감사한 일이다. 이런 대단한 영예에도 작가 본인은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것 역시 문학인으로서의 고집과 일종의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였다.
우리나라에 한강이 노벨상을 안겨주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듯이,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노벨물리학상 분야에선 인공지능의 핵심인 ‘머신러닝’을 구축한 과학자 2명이 수상했고 위원회는 “물리학에서 신소재 개발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공신경망을 활용하고 있다”며, 수상자들의 연구가 물리학 발전에 큰 혜택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노벨화학상 분야에선 생화학자 1명과 ChatGPT 개발로 유명한 AI기업 딥마인드의 AI 전문가 두 명이 상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로는 “AI모델을 통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에 대한 분석으로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50년 된 꿈”을 실현했다고 전했다. 이론분야나 실험분야에서 큰 공로를 세운 각 학문의 거장들이 수상하던 관례를 깨고 AI 전문가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AI발전과 성장 속도가 기존 예측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고 실제 연구와 개발에서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놀라긴 했지만 자신들의 직장이 위협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인공지능은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거나 동시 통역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실제로 저숙련 노동자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부쩍 불고 있는 듯하다. 백범 선생님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총과 칼이 아닌 높은 문화의 힘이라 하였다.
과거 우리나라는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자 어떻게든 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어울리지 않는데도 우리 음식이나 콘텐츠에 마구잡이로 넣어 원류를 알아보기도 어렵게 한 뒤 뿌듯하게 내놓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나라 날것의 문화와 음식, 콘텐츠가 그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 BTS의 인기, 넷플릭스 글로벌 1위 흥행을 넘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제 그 위치를 세계에 공고히 인정받은 것 같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각종 기술발달 역시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우리를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혁의 소용돌이에 던져 넣고 있다. 이 새로운 바람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지만 반쯤의 기대와 반쯤의 설렘을 가지고 그 종착지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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