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3번째
일본 북알프스 종주 도전 (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종주 2일째날 아침은 계속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고지대 정상에서는 발 아래 운해를 보며 산행하면 신선인양 느낌이 묘한데 반대로 비가 내려 세상천지가 잘 안보이니… 아침 식사 후 대장은 강행한다고 했다.
야리가다케 정상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북알프스에서 제일 험하다는 코스를 향해 출발하였다.
야리가다케와 호다카다케를 잇는 코스는 북알프스를 대표하는 종주 코스로 3000m가 넘는 봉우리를 8개나 넘어야 하는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걸어가는 듯 한 느낌의 종주로 란다.
험하기가 설악산의 공룡능선 보다 심하며 낙석도 많고, 용아장성 이상의 칼날 같은 능선으로 이어진 코스로 네발로 기어야 하는데… 쇠사슬과 철계단이 있다고 하나 자칫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난코스다. 제일 험하다는 칼날 같은 칼바위 능선을 지나는데 시야는 5m정도였다.
좌우가 급경사여서 여기서 미끄러지면 수백 m를 굴러야 멈춘다는 대장의 말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만년설 위를… 속도도 몹시 빨리 추락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랄까 비가 내리면서 안개가 자욱해 양 옆의 급경사가 잘 보이지가 않아 오히려 고소 공포감은 느끼지 않았지만 네발로 기어야 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나카다케(中岳 3084m)부터 미나미다케(南岳 3030m)를 넘어 호다카로의 연봉을 종주하다보니 “바로 이것이 일본 알프스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왔다.
나카다케에서 암릉을 내려가니 우측으로 여름에도 커다란 눈밭이 남아 있었는데, 그 끝부분에서 차가운 물이 흘러 나오는 샘에서 갈증을 풀면서 잠시 쉬었다.
종일 비가 내려 온몸이 비에 젖었고 등산화도 젖어 무게가 엄청 무거웠다. 쇠사슬과 바위에 박힌 쇠말뚝을 이용하여 한발 한발 신중히 올라 기타호다카다케(北穗高 3106m)를 거쳐 카라사와다케까지 가니 목적지가 지척이다. 천신만고 끝에 비와 안개로 인하여 예정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려 10시간 만에 호다케산장에 도착하였다.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점차 날씨가 개어가고 있어 우리가 지나온 산들이 구름에 가려 간간이 보였다. 기쁜 나머지 밖으로 나와 사진도 찍고 지나온 길도 헤아려 보려는데 젖은 몸에 바람이 부니 도저히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 사진 두 장 찍고 아쉽게도 산장으로 들어와야 했다.
종주 3일째날의 아침은 날씨가 좋아지고 있었다.
시작에서 50m정도까지의 구간은 급경사인데 경사도가 거의 80도 정도에 이르지만 마지막 날이라 하니 힘이 절로 났다. 약 1시간30분 정도를 올라 북알프스 최고봉으로 일본 제 2위의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이곳은 대부분 너덜지대에 급경사인데 암벽구간들은 우리나라 산과는 달리 안전시설물은 최대한 줄인 자연그대로의 산행로 이기에 더더욱 위험한 구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전 10시 정도부터 비가 멈춰서 그동안 안보이던 북알프스의 연봉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보이다니… 정말 아쉬웠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해가 나타나 30분도 채 안되서 뜨거운 햇살이 그야말로 작렬하는 듯하였다. 차라리 안개비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마지막 봉우리인 마헤오다까다케(前穗高 3090m)에서 점심을 먹고 보니 목적지인 가미코지가 선처럼 보였다. 손에 잡힐 듯한 가미코지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무사히 가미코지에 내려와 올려다 보니 구름에 가린 연봉들이 드믄 드믄 보였다.
아마도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비에 고생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 하다. 여기는 쾌청한데…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차지한 박영석 대장이 젊은 시절 이 곳 북알프스를 등반하고 산에 매료가 되어 전문 산악인으로 나섰다고 들었는데… 나도 이 곳을 등반했으니 이제 히말라야로 눈을 돌리면 과욕이라 하겠지.
이종만
이종만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