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505번째
세계 학생 논문 발표대회(SCADA)를 다녀와서(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여행은 ‘PCC (Polynesian Culture Center)’방문이다. 하와이를 포함하여 피지, 통가, 타히티 등의 섬나라 고유의 문화와 생활상을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곳이었다. 몰몬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호놀룰루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신이 난 아내는 각 부족의 전통 춤과 노래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Breath of Life"라는 저녁 공연이었는데, 여러 부족의 합동 공연으로 하와이에서의 또 다른 멋진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이렇게 하와이 곳곳을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대회 일정이 다가왔고, 우리는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로얄 하와이안 호텔’로 체크인을 했다. 이곳에서 미국 50여개 치과대학의 학생 대표들과 세계 15개국 (대한민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일본, 태국,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학생 대표들이 머물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이 호텔 역시 주최측에서 무료로 제공해 준 호텔이었는데, 하와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서가 깊고 호화로운 호텔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하루 숙박비용이 70만원이나 되는 초특급 호텔이었다. 이 모든 비용을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서슴없이 투자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새삼 부럽기도 했다.
드디어 1년 동안 기다린 대회 당일이 되었다. 대회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우선 미국 50여개 치과대학생들은 순위를 정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세계 15개국 대표들은 자신이 대상을 받은 논문을 포스터 발표형식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한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논문에 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발표를 했고 서로의 발표를 들으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 치과 대학 학생들의 치의학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조선대학교 대표,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나의 논문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인의 정을 나눠주기 위해 예쁜 전통 복주머니 핸드폰 고리를 선물로 가지고 가서 학생들과 내 발표를 들어준 청중에게 기념으로 주었다.
대회가 끝나고 저녁엔 시상식이 있었다. 멀리서 참가한 세계 대표 학생들에게는 좌석의 맨 앞 가운데 VIP석을 마련해주는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일일이 15개국 세계 대표의 나라이름과 학교, 이름을 소개하면서 무대 위에 올라가는 시간이 있었는데, South Korea, Chosun University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것이 애국심이고 애교심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길다고 느껴졌던 10박 11일의 하와이 학회 일정은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갔다. 해외여행과 세계대회를 동시에 경험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네덜란드 대표 학생은 대회가 끝나고 2주간 하와이를 더 구경하고 간다고 했다.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표라는 책임감을 느껴봤고, 세계 치과 대학생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흔히 경험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번 경험이 내겐 그런 경우이다. 이 모든 행복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 주신 최한철 교수님과 학생들의 논문 지도를 위해 애쓰고 계신 조선대 치과대학 모든 교수님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 환 석
조선치대 본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