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불평등

2021.09.06 10:14:01

시론

며칠 전,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Woosung Sohn(Uni. of Sydney, Sydeny Dental School, Chair of Population Oral Health) 교수의 “Closing gap in oral health disparities, 구강건강격차 줄이기” 강의를 들었다. 공중구강보건학 분야 주요 이슈 중 하나이지만, 전공자로서 이 주제에 대해 한동안 무관심했음을 반성했다. 구강건강불평등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 구강건강불평등 이슈가 제기된 건,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였으며,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건강불평등 문제가 학계와 언론의 주목(2006 연중기획 함께넘자 양극화, https://www.hani.co.kr/arti/SERIES/7)을 받고 있었다.

 

시의적절하게, 구강건강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인 Aurey Sheiham(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한 정세환(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교수는 구강건강불평등 문제를 국내에 제기하였고,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국내 구강건강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2006.11)를 개최한 바 있다(구강건강불평등 연구 ‘본격 시동’, https://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887). 당시 토론회에서 필자가 구강건강에서의 불평등 연구 추세고찰 발표를 준비한 것이 구강건강불평등에 대한 공부의 시작이었다.

 

건강불평등(Health Inequality), 건강격차(Health Disparity), 건강형평성(Health Inequity)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된다. 2011년 미국 CDC 보고서의 개념에 따르면, 건강 격차란 사회적, 인구학적, 지리적 속성에 따라 구분되는 인구집단 간의 건강 결정요인과 건강 상태의 관찰된 차이를 의미하며, 건강불평등은 건강격차와 구분없이 사용되며, 문헌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 소득수준, 교육수준, 인종, 민족과 같이 수정할 수 없는 건강과 관련된 개인 또는 집단의 특성을 요약할 때 주로 사용된다.

 

반면, 건강형평성은 사회적 약자 또는 윤리적으로 불공평하다고 여겨지는 집단에서 존재하는 교정 가능한 건강 상의 차이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즉, 건강격차와 건강불평등은 사실에 의거한 객관적이고 결정론적인 관점이라면, 건강형평성은 윤리적 관점에서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건강에서의 개인 간 변이가 아닌 사회경제적 위치지표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건강형평성이라 하였다(2007).

 

우리 사회의 건강형평성 제고의 첫걸음은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을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의 건강불평등 지표와 정책과제(2013,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사회경제적위치(사회계층, 교육, 소득, 고용), 건강행태(흡연, 음주, 신체활동, 영양), 지역박탈(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박탈)에 따른 의료이용(응급, 입원, 외래의료), 건강결과(기대여명, 건강수명, 자기평가 건강수준, 삶의 질, 활동제한, 만성질환 유병률, 원인별 사망률)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구강건강결과 지표에는 치아우식경험도(DMFT, DT), 치주병유병률, 현존치아수, 주관적 구강건강인식이 주로 활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구강건강불평등 문제는 실존하는 문제인가? 구강건강불평등 연구 수행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앞서 언급한 지표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대규모 조사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으며, 주기적으로 수행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의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인의 영구치 우식 유병률, 치주질환 유병률은 소득수준별로 뚜렷한 사회적 기울기를 보인다.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구강건강 불평등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많은 치과의사들은 임상 현장에서 이들의 열악한 구강상태를 종종 목도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건의료기술의 발달, 막대한 건강 비용 지출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은 왜 심화되었을까? 세계보건기구는 병원 중심, 치료 중심, 분절화, 상업화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으며, 아무리 수많은 의료인력이 매일같이 치과치료에 매달리더라도, 구강질병 위험요인(술, 담배, 설탕, 가공식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구강질병은 줄지 않으며, 취약계층의 구강질병 위험은 여전할 것이다.

 

진료실 현장에서 보건교육과 임상예방진료는 한계가 존재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질병 위험요인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정세환 교수는 학교 구강보건교육, 대중매체 홍보, 타전문집단 협력, 건강한 환경, 정부의 재정조치와 공공정책, 법률과 규제 제정 노력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구강건강불평등을 줄이고, 구강건강형평성은 제고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것은 인류의 보건의료체계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치과전문직을 포함한 보건의료인의 사명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1978년 Alma-Ata 선언의 Health for All 슬로건을 통해 건강불평등 극복을 강조하였으며, 방안으로 일차 의료의 원칙, 즉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체계의 전환을 전 세계에 주문하였다.

 

구강질병 관리의 일선에 있는 치과의료진은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과학은 구강을 전신과 의도적으로 분리하고, 세분화함으로써 발전해왔다. 지난 강의에서 손우성 교수가 강조한 것은 구강건강을 전신건강의 일부분임을 인식하고, 구강건강관리와 전신건강관리를 통합하려는 노력이다.

 

더 나은 구강건강을 위해 치과의사와 내과의사가 서로 환자의 전신과 구강상태를 살피며, 치과위생사와 간호사가 함께 입원환자의 구강관리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더 나아가 공통의 위험요인인 흡연, 음주, 식이, 만성질환, 신체활동을 함께 관리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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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과사회치의학교실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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