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장거리 라이딩 - 새로운 출발> (상)

2021.12.01 17:41:40

Relay Essay 제2477번째

#옥천
어렸을적 동네 앞을 흐르던 강은 옥천이었다.
섬진강 지류로 물이 맑아서 여름이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옥천으로 가서 멱을 감고 고기잡는게 하루의 일과였다.


어쩔땐 밤에 손전등을 들고 입큰 메기를 잡으러도 갔다. 그시절 ‘저산은 어디쯤 가서 끝나나, 강은 어디서 흘러 오나‘ 그렇게도 궁금했었는데... 인터넷 지도를 보니 강천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옥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네를 지나 유등과 곡성 옥과를 지나 지리산에서 흘러 내려온 요천과 합수된다. 곡성 고달쯤에서 어느덧 큰 물줄기로 바뀌면서 섬진이라는 이름이 되어, 구례로 하동으로 흘러 흘러 남해에 가 닿는다.

 

#광주천
광주사람이라면 누구나 광주천변 한번쯤은 걸어 봤을거다.
나 역시 학생때 광주공원 포장마차에서 늦게까지 술 먹다가 택시비 아끼려고 자취방이 있는 전대 후문까지 걸어가면서 검게 매마른 광주천변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광주천을 생각하면 추운 겨울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천변을 뛰듯이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아련하게 겹쳐 떠오른다. 그 냄새나고 시커멓던 광주천이 이제는 아름다운 강으로 바뀌어 천변 산책하기에 참 좋아졌다. 가족모임에는 일부러 (세상에 없는 따악 광주에만 있는) 맛있는 메밀국수를 먹고 도청-광주천-사직공원-양림동 쪽으로 산책을 하려고 모임을 일부러 그쪽으로 잡기도 한다.

 

#탄천
집에서 10분만 걸어 나가면 중앙공원 뒤쪽으로 탄천이 흐른다. 탄천변을 걸으면 도시와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인 요즘 탄천엔 저마다 다양한 옷과 다양한 모습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어쩌다 한가한 주말엔 집에서 20키로, 그러니까 자전거로 한시간쯤 되는 한강 잠실선착장(잠선)으로 가서 라면 한사발씩 때리고 오는 기쁨이 있다.

 

#경안천
그리고 경안천~
에버랜드 옆으로 흐르는 경안천. 한강의 지류인데 용인에서는 제법 큰 강이다. 요즘 새롭게 출근하고 있는 출근길 마지막에 있는 경안천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면서부터 자주 다닌 곳이기에 언제 다녀도 친근하다.

대체로 강은 오래전부터 흐르던 모습 그대로 흐른다.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이 흐른다고들 하지만 요즘의 우리나라 강들은 많이 변해있다.


1990년대까지야 큰 변화가 없었는데 지방자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부터는 우리나라 모든 도시 지자체들은 강을 가꾸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니 그렇게도 오랫동안 변화가 없을 것 같던 강의 외연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시간과 함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10년 전엔 운동에 운字도 모르던 내가 지금은 운동mania가 되어 자전거를 즐기는 것처럼~

 

#자전거를 탄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면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필요도 없고 환경보호에도 일조를 하게 되니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1석2조의 기쁨이 있다.
안장에 올라 페달링을 하다보면 힘든 기억들은 바람결에 날아가 버리고 어느새 즐거운 기억만이 오롯이 남는다.


안장에 오르면 생각은 단순명료해지고 간결해진다. 눈부신 햇살속에 잔차를 타고 달리노라면 내가 햇살을 타는지 햇살이 나를 타는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게 되면 대화의 시간을 갖을 수 있다.

 

맞다 내 자신과의 대화!

그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다.
물론 자전거를 타면서 항상 대화하며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상황이 워낙 역동적이기에 자전거 탈때 거의 모든 시간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더구나 전날 늦게까지 무리한 날이면 바퀴에 닿는 지면의 마찰력과 거칠기 그리고 도로의 기울기에만 집중하기에도 빠듯하다.


그러니까 달리면서 실제로는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시간은 침묵하게 된다. 그렇다. 역설적이게도 그 침묵의 시간 사이사이에 잠깐이나마 생각할 수 있고 나와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처음엔 간단한 이유로 출퇴근만 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잔차를 타온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자신감이 생기면서 1년에 한두번 장거리 라이딩이나 대회 혹은 랠리를 참석하게 되었다. 이른바 운동 중독인데... 일상적인 출퇴근만하다가 200km가 넘는 국토종주, 280랠리, SBS 등을 나가면 긴 거리에 압도되어 왠지 비장해지기도 하지만 그 장거리 여정 도중 도중에 침묵은 극대화 되며 나와의 대화도 자연스레 극대화 된다.

 

최재욱 제일메디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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