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 꼰대

2022.05.03 16:13:50

이승룡 칼럼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서 라떼와 꼰대라는 말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 무슨 말일까요? 영어로 하면 “Latte is a horse?” 라고 한다. 우스갯 소리인데 나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해서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 나 때는 어땠는 줄 아나?” 다시말해 나이나 연차,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잔소리를 하는 행태를 비꼬는 것이다. 그러면 꼰대라는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사전적 의미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라고 쓰여져 있다.

 

필자는 어렸을 때 자라면서 부모님의 좋은 가르침도 받기는 했으나 부친께서 술 한잔 하시고 귀가 하실 때면 어김없이 형제들을 불러 놓고 일장 연설을 하실 때가 많았다. 심지어는 잠자고 있는 상태에서도 깨워서 당신의 고생담을 들려주고 앞으로 살면서 인생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도록 하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지만 그것은 일종의 스트레스였다. 수없이 반복된 얘기로 자동ARS나 다를 바 없었고 하나의 꼰대 잔소리로 알맹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 커서 아빠가 되면 이런 잔소리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고 그렇게 했다고 자부한다. 자녀들이 느끼는 지금의 소회는 아직 듣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누가 조사를 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무엇인가?” 10위 안에 듣기 싫은 소리 몇 가지를 나열해보면 아기 울음소리, 손톱으로 칠판 긁는소리, 치과에서 드릴가는 소리, 엄마의 잔소리, 아내의 잔소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치과에서나 사회활동으로 모이는 모임에서나 이제 라떼와 꼰대소리를 들을 위치에 있는 나이가 된 건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런 부분이 있고 처신도 잘해야 젊은 사람으로부터 망신을 당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주지한다. 몇 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좋아하는 검도를 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검력을 바탕으로 대략 15년 아래 정도 되는 관원에게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려고 코치를 했는데 그 친구가 관장님이 알려주신 것과 다르니 더 이상 관여를 하지 말라는 말에 머쓱한 적이 있었다. 순간 나의 의도와 빗나간 모습에 스스로 당황하며 그 이후엔 젊은 사람들과 소통에 조심스럽고 강요하지 않겠다 라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본원에 근무한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몇 번을 부딪친 적이 있다.

 

직장의 상사로서 한 직원의 출근 시간을 가지고 지적을 하였고 또 다른 직원은 태도를 가지고 얘기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장님과 더 이상 부딪치기 싫다는 말과 퇴사하겠다는 것으로 사건은 종말되고 말았다. 인력난이 심한 치과에서 직원의 자신감 있는 퇴사는 개원의 약점일 수밖에 없고 돌아오는 것은 치과의 피해뿐이었다. 과거 의기양양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지적을 했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꼰대 아닌 사람으로 전락했다.

 

물론 꼰대가 결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갈수록 이 시대의 진정한 꼰대가 줄어가고 있다. 최근 지하철에서 음주한 20대 젊은 여성이 침을 뱉고 소란을 피우자 이를 나무라는 60대 남성을 핸드폰으로 머리를 폭행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꼰대의 모습을 보여줬으나 돌아온 건 성범죄자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필자 치과 직원의 갑작스런 퇴사와 또 다른 직원의 계약종료와 함께 임신으로 인한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 남은 한 직원의 계약 갱신때는, 원하는 대로 급여 인상 등 복지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꼰대의 잔소리는 더 이상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행여 직원의 실수로 치과 기구나 기자재를 떨어뜨려 파손하여도 못 본척 넘어가고 못 들은 척 할 수밖에 없는 꼰대의 비굴함을 느낀다. 하루 빨리 구인구직난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에 중년의 간호조무사가 서울의 A치과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스켈링, 방사선 촬영등 위임진료 사례를 확보, 퇴사 후 의료법 위반 내용을 보건소에 고발하겠다고 하여 원장에게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 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 간호조무사 자질이 분명 의심스러운 것이 맞지만 평소에 위임진료를 하지 않도록 간호조무사, 치과위생사의 진료 영역을 지켜서 진료할 수 있도록 대비하여야 함이 필요하고 여건이 되면 원장이 직접 진료하는 습관이 중요할 듯 싶다. 좀 더 부지런하게 환자를 돌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의료법 위반 내용 외에도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발급, 현금 영수증 미발급, 노무, 세무의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특히 직원 채용시 전 직장 평판 조회도 꼼꼼하게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평소에 원리 원칙적인 입장에서 꾸준히 관리한다면, 장기근속하는 과정에서 동료 직원과 원장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파생된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꼰대로서의 진정한 쓴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직원에게 약점이 잡힐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고대 그리스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쓴소리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라는 문구가 있단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건 간에 세대갈등은 있었던 모양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며 젊은 친구들에게 레전드처럼 이야기하는 걸 자식도 싫어하는 MZ세대이다. 반복된 이야기는 직원들도 잔소리로 들리며 꼰대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다.

 

꼰대 취급을 당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해서 억지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통 방식으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어렵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승룡 치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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