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꽃밭

2022.09.06 14:13:58

황충주 칼럼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원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한 3년 동안 개인사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대출 상환이나 임대료를 못 낼 정도가 되어 경영난으로 폐업을 한 곳이 많다. 8월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40.3%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 최근 2년 6개월 동안 70.7%(160조4000억 원) 증가했고, 3곳 이상의 금융권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33만 명으로 4.4배 늘어나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8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만 명을 오르내리는 코로나 재확산에 기준금리 인상, 고물가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어렵게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은 다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교외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실종된 초등생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 양 가족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가족은 5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아이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전남 완도에서 마지막 행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경찰이 6월 24일 공개수사에 나서면서 언론을 통해 실종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많은 사람의 걱정 속에 어딘가에 건강하게 살아있기를 바랐지만, 수사팀은 공개수사 닷새 만인 28일 완도 송곡항 인근 바다에서 실종 가족이 탑승했던 승용차를 발견했고, 이튿날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조 양의 아버지는 컴퓨터 판매 관련 자영업을 하던 중 작년 7월 폐업했고 어머니도 그 무렵 일하던 콜센터를 그만뒀다. 이후 재취직도 하지 않아 거의 1년 가까이 재직 중인 직장 혹은 경영하는 사업체가 없는 무직 상태였다. 경찰이 집에 찾아가 보니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집안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로 자녀 살해 후 자살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였다.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든 날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과 아무 죄 없는 순진하고 꿈 많고 어리광 피울 10살짜리 꼬마의 생명권을 부모가 선택한 것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부모가 자식을 두고 죽게 되면 어린 딸아이 혼자 막막하게 사는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자녀 살해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민 약 70%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인 ‘코로나 블루’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우울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3배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 주위에서 40분에 한 명씩 오늘 하루에만 38명이, 1년이면 무려 13,800명이 스스로 생명을 끊고 있다.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5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숫자는 자살을 시도해서 실제 목숨을 잃은 경우이고,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1년에 약 500만 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약 200만 명이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으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는 실제 목숨을 잃는 경우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자살률로 보면 노인층이 가장 높고, 자살 숫자로 보면 40대가 가장 많으며, 최근 10대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8월 22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생들이 동영상 플랫폼에 ‘나는 실패작이래’ 또는 ‘나 보고 실패작이래’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려 극단적 선택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영상 속 아이들은 일본의 보컬로이드 케릭터 ‘하츠네 미쿠(初音ミク)’의 ‘실패작소녀(失敗作少女)’를 배경음악으로 머리를 쥐어뜯거나 얼굴을 감싸다가 칼 형태의 물건으로 자신을 찌르는 등 생을 마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장난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엄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할까? 우울증 등 정신과적 원인이 38%로 가장 높고,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31%, 경제적 문제가 10%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이렇게 높을까?

 

첫째는 지나친 물질 만능과 성공 지상주의로 정신없이 살아오다 보니 성공도 많이 했지만 벌어진 빈부격차로 사회 갈등과 인간관계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삶은 오히려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와 갈등 지수가 높아졌다. 둘째는 무한 성공을 향한 맹목적 질주는 인간적 가치를 파괴하여 사람이 수단이고 성공과 물질이 목적이 되었다.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가치관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죽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는 우리는 가족을 책임지는 부모라서, 남편과 아내로, 아들이나 딸로, 선배나 후배로 맡은 역할을 하느라 피곤해한다. 이런 문제 말고도 치과의사들은 직원 때문에, 환자나 병원시설 문제로, 병원 경영 문제로 건강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2019년 7월 지후연구소에서 치협회원 2382명 대상으로 회원들의 건강상태, 주요질환 및 암 발생 여부를 조사 분석하여 발표한 것을 보면 최근 2주 이내 우울증 경험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0.9%가 우울증 경험을 호소했다. 최근 1년 이내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1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한다.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좋아 보이지만, 자기 인생은 비참해 보여 좌절하게 되고, 지나친 내일의 걱정이 오늘을 더 힘들게 한다. 피할 수 없는 폭풍우 속에 있다면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개 들어 더 많은 길을 찾아보고 비구름이 지나갈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버터야 한다.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어두운 터널이 끝날 것 같지 않지만 한 발자국 물러나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가져야 한다.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할수록 힘든 순간도 견딜 수 있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면 머지않아 그 시절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쁜 상황이 아닌 현재에 감사하며 해결하고자 하는 오늘의 열정과 최선의 씨앗을 뿌려 의미 있고 긍정적인 내일의 꽃밭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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