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야기

2022.11.02 14:55:12

황충주 칼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우크라이나발 경제 위기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나가는 분야가 바로 명품시장이라고 한다. 명품가방 제품 가격을 7~17% 인상하겠다고 하자 인상 전날 새벽부터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문이 열자마자 달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고 해외여행 급감으로 면세점에 쌓여 있던 명품 재고가 온라인으로 처음 풀렸을 때는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더니 인터넷 판매 시작 4시간도 채 안 돼 200개 넘는 품목의 90%가 품절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명품 고가 제품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19세기 초, 지금처럼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닌, 수공예로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창성과 예술성과 희소성이 상류층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삶의 이미지가 점점 명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투자를 제외한 지출의 약 72%는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는데 카드사는 보유하고 있는 고객 결제 정보, 가맹점 정보 등 소비 데이터로 고객이 언제, 어디서 돈을 쓰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근거로 고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비 정보를 담고 있는 카드 데이터를 근거로 7월 25일에 ‘MZ세대, 명품소비 증가’라는 다음과 같은 신문 기사가 실렸다. “요즘은 20~30대는 물론 10대들까지도 명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들도 굉장히 젊어지고 있고 10대 청소년들은 명품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추세를 봤을 때 2030세대의 명품 소비액은 연평균 36.9%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동안 4050세대의 소비 증가(연평균 15.4%) 대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40%대에 달하고 있어 특유의 디지털 친화력을 바탕으로 명품소비 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인당 소비 규모 측면에서 20대는 40~50대의 60% 정도에 그치지만 소위 ‘가심비’와 유행에 민감한 세대적 특성,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인 유통 채널을 통한 소비가 다소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2020년에도 20대 럭셔리 소비 고객이 2배가량 증가한 것을 생각할 때, MZ세대를 겨냥한 럭셔리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까지도 명품은 돈이 많은 중년층에서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명품들의 디자인들도 20~40대가 사용하기엔 조금 중후하게 느껴져 4050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는데 기사 내용은 변화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가성비를 따지고 유행에 민감한 MZ세대가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명품에 열광하고 있다. 비싼 명품을 살 정도로 갑자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건 아닐 텐데 지갑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MZ세대의 명품 열풍을 설명하려면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열심히 돈 모아서 명품 사는 것’을 자부심이자 당당함으로 표현한다. 한편으론 이런 소비가 단순 과시나 소비 욕구 해소가 아닌, 투자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한다. 명품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의 경우, 특히 인기모델은 사용하다가 다시 팔더라도 금액의 상당 부분을 받을 수 있고 인기모델은 오히려 더 비싸게 팔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누릴 만큼 누리고, 되팔아 제값까지 보전할 수 있는 명품 소비가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든 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것이든 명품을 손에 넣으면 자신도 상류층으로 인식된다는 환상을 가지고 명품을 산다. 사람들은 명품을 착용함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하고 자신의 부를 드러내고자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베블런은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고 착용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과 주위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품 제작회사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계속 명품을 사게 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서 ’부유층은 모든 계층의 사치를 이끄는 선도 그룹으로서 그리고 타 계층은 부유층의 사치를 따르는 추종 그룹으로서 행동하게 되며, 전 계층은 사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과소비해서라도 ‘명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가 된다. 사회가 소비 지향적으로 변하고 소비가 성취와 행복의 척도가 되면서 소비 지향적 자원인 돈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게 되며, 우리는 이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경쟁하고 더 오래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기는 소비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지만, 무리한 후에 남는 카드 돌려막기,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기,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은 만족감과 또 다른 명품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때문에 명품시장 성장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돈의 가치와 소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고가의 명품을 사용하면 우리가 저절로 명품이 된다는 사회 인식이나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는 실용적이고 내실 있는 가치 소비와 추억을 만드는 경험 소비가 필요하다.

 

’명품인생‘의 저자인 원 베네딕트의 ’스스로 명품이 되라. 명품을 부러워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내 삶이 명품이 되게 하라‘는 말 같이 우리의 겉모습을 명품으로 꾸미고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는 신이 만든 하나밖에 없는 ‘명품’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과 다른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겉모습을 명품으로 꾸미기보다는 우리의 내면을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명품으로 만들어 자신만만한 명품인생이 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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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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