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를 이용한 역사의 기록

2022.12.21 11:38:39

김여갑 칼럼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1989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第14次 亞細亞太平洋齒科會議의 포스터를 내 방안에 걸어두고 있다. 액자도 옛날 그대로의 것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자료들을 한 곳에 모으면 역사박물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표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편지 쓰는 일이 적어져서 우표를 만질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고, 공적인 편지들도 별납 직인으로 대신하니 우표를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적어졌다. 중학교 때 종각 앞의 화신백화점 안에 우표판매점이 있었다. 어머니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으로 우표 책을 꽉꽉 채워서 학교에 가지고 갔었는데 두 권, 연속으로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우표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보다 필요한 친구가 가져갔겠지 생각하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으나, 집에는 면목도 없고 해서 옛날 우표를 우표판매점에서 사는 것은 못하고 우체국에서 시기에 맞추어 나오는 기념우표를 직접 샀다. 물론 학교에 다시는 가져가지 않았다.

 

우표와 소형시트를 사려면 우체국 앞에 새벽부터 줄서서 몇 장씩 밖에 살 수 없었다. 특히 발행량이 적은 소형시트를 사려면 전쟁이었다. 어느 대통령 땐가 우표를 사는데 어린 학생들이 새벽에 줄까지 서야 하느냐고 하면서 2~4만장씩 만들던 소형시트를 수십만 장 찍는 바람에 줄은 안서도 됐지만 희소가치가 줄어 우표 모으는 재미는 없어졌었다. 그 후 우체국에 일정액을 예치해 놓으면 새로 발행된 우표를 신청한 만큼 집에서 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우표를 모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사는 거였다.

 

혹시나 아들이나 손자, 손녀 중에서 관심이 있는 가족이 있을까 생각해서 주문 배달받았다. 사회 각 부분의 소식은 물론 문화, 예술적인 면도 공부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우표로 제작하는 이벤트를 포함하여 다양한 효용성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5살 손자가 같은 나이 때 손녀의 그림에 비하여 에곤 쉴레 풍에 피카소 풍(?)을 더한 재질이 보여서 기대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했는데, 미술선생님의 얘기를 전해 듣고 함성을 질렀다. 아마도 할머니의 피가 흐르는 듯하다.

 

 

벌써 오래전이지만 “나만의 우표”도 있다. 간직하고 싶은 가족사진으로 만들기도 하고, 필자가 학장 때 치과대학 신축기공식을 했는데 나라에서 우표를 만들어줄 리도 없어서 “나만의 우표”를 만들었다. 외국 대학이나 친구들에게 우편물을 보낼 때 사용하였는데, 우편물 배송비가 클 때는 이 우표 몇 장을 붙이고 나머지는 별납 직인을 찍어서 보냈었다. 또 외국 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나만의 우표”를 만들어 선물하면 무척 좋아했다. 우리나라 우표에 자기가 있으니까 영광이라고도 했다. 이것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물론 사용할 수 있다.

 

우표 액자를 들고 있는 인자한 미소의 흰 머리 할아버지가 브라질 치의학회 회장이다.

 

 

국가나 공공기관, 대학에서도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우표나 엽서를 발행한다. 2002년 한국 월드컵 성공 및 4강을 기념하는 우표가 여러 종류 나왔으며, 세계 각국에서도 우표로 발행했다.

 

경희대학교에서도 제2차 세계대학총장회의 기념우표와 시트, 개교 50주년 기념엽서를 발행했었는데, 찾아보면 다 기억이 새롭다. 많은 타 대학에서도 개교 100주년 기념우표가 나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관련해서도 제85차 세계치과의사연맹 서울총회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국가에서도 관심을 갖었던 치과계 행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치과계가 100년 동안 이어오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필자가 갖고 있는 우표 중에 국제정형외과 및 외상학회 세계대회 기념우표가 있다. 치과계에서도 여러 분과학회에서 세계대회를 개최하는데 이 같은 것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있는 이스라엘, 시리아, 산마리노, 네덜란드 등은 물론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학회라든가, 꼭 어떤 기념일이 아니어도 치과계 관련 우표를 발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용빈도가 낮아진 우표일지라도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데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물론 치과계 각 분야에서도 중요사업이나 국민들에게 홍보해야하는 내용을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보여준다면 즉각적인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역사로 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우표를 이용한 치과계 알리기에 노력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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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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