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며…….

2023.03.22 15: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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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농촌 일손 부족으로 오히려 기계화가 잘 되어

예전처럼 허리 숙여 낫질을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습니다.

모판에 씨앗을 뿌려 싹이 나고 한 뼘쯤 자랐을 때면,

학교며 일터며 군대에서는 하던 일들을 멈추고 농촌으로 향하였지요.

 

듬성듬성 던져진 모 다발을 주워 하나하나 심어가며,

길게 늘어서 사람들이 허리를 펼 사이도 없이

모잡이는 냉정하게도 한 칸 사이 벌려 멀어져 가고,

언제 끝나나 싶었던 뒷걸음질이 끝났을 때는

논에 초록의 꿈이 하나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삐쭉삐쭉 나온 피들을 걷어내고,

병충해 방제제를 뿌리고,

그렇게 알곡이 채워지길 기다리며 한여름을 보내고 나면,

허수아비들이 하나씩 세워지기 시작합니다.

 

속을 가득 채워주는 든든한 가을 햇살은 최고의 영양제,

날아드는 참새들을 쫓아내는 소리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태풍이라도 지나는 시기에는 잠 못 이루며 물꼬를 틀어 달려가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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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의 황금빛 찬란한 들녘에는 넉넉한 부자의 마음이 넘실대고,

또 다시 도시는 농촌으로 달려갔습니다.

서걱서걱 베어지는 벼이삭을 한데 묶고,

경운기에 올려 탈탈 거리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적게나마 새들을 위한 알곡들을 남겨두고서…….

너른 마당에 탈곡기를 돌리고,

낱알 한 톨이라도 흘릴까 조심히 자루에 담습니다.

그렇게 바쁜 가을이 지나갑니다.

 

길게 늘어선 벨트를 막대 하나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능숙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정미소 주인아저씨의 손놀림에 감탄하는 사이

부대에는 햅쌀이 담기고, 한쪽으로는 겨가 쌓여 갔지요.

그렇게 얻은 첫 햅쌀밥을

아버지들과 형제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밥상으로 받고,

할머니와 어머니들과 누이들은 또 다른 밥상으로 받았습니다.

 

베어진 벼 밑동만 남아 있는 초겨울의 논에는

그리운 기억의 단편들로 가득하였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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