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성공, 실패를 향한 여정의 아름다움

2023.05.31 14:35:19

Relay Essay 제2555번째

1993년 4월 24일에 개원하였으니, 올 4월 24일이 만으로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같은 안산지역 동문후배들이 저의 사진이 들어있는 케이크와 행운의 열쇠 키 등 깜짝 이벤트를 해줘서 감동의 물결이 아직도 저의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개원 후 첫 환자인 초등학생이 이제는 40대가 넘는 나이가 되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향후 얼마나 진료를 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저의 마지막 은퇴하는 그날의 마지막 환자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먼저 저의 젊은 날을 함께한 진료실을 바라보며, 공간과의 이별에 대해 작별의 눈물이 나올 거 같습니다. 아울러 저의 치과의사로써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신 환자분들의 생각에 목이 메일 거 같고,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울컥합니다.

 

또한 더 이상 일을 안 한다는 시원함보다는, 더 이상 일을 못한다는 아쉬움이 클 거 같습니다. 처음 첫 환자를 진료했을 당시의 초심도 중요하지만 은퇴하는 그날을 상상한다면 지금 현재의 일하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남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별도 동시에 생각할 때, 지금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 듯이 미래의 마지막 그날을 생각한다면 한순간도 허투루 지낼 수 없습니다.

 

치과 선배로서, 지나온 30년을 보내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대목이죠.

한편으로 은퇴는 곧 새로운 시작입니다. 새로운 도전이죠.

이제부터라도 은퇴하는 날 후회할 필요도 없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루, 하루 최선의 모습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는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는 대학 진학을 못하고, 독학으로 스승도 없이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 한 번의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도쿄대 교수직까지 맡았었죠.

특히 나이 81세인 작년, 서울 마곡에서 문을 연 LG아트센터는 그의 최신작입니다.

 

이러한 건축계의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자기 스스로를 거장이라고 말하고 만족하면,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거장이란 표현을 탐탁찮게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결을 묻자, “내 활력의 원천은 일이다. 건축을 통해 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그 긴장감이야말로 내 삶의 원동력이다.”라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다운 답변을 하였습니다.

마르지 않은 창조력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었습니다. 전문을 올립니다.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고, 다음번에는 현재의 것을 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장소에서 그때밖에 할 수 없는 건축을 목표로 분주히 뛰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온 하나하나의 일들을 되돌아보면 시작은 결코 ‘제로(0)’부터가 아니었다. 언제나 나 자신에게 체화된 기억이 그 시작점이었다. 예컨대 고베의 롯코에서 집합주택 의뢰를 받아 산자락의 부지를 방문했을 때, 건축 예정지로 선정된 평탄한 땅이 아닌 대지 뒤편의 급경사에 강한 영감을 느낀 이유는 산토리니나 카파도키아 등 과거에 보고 체험한 아름다운 마을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미래가 만들어지는…. 연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건축적 상상력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창조는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유대인이 세계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쓴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도 있죠.

학자들은 무에서 유로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로부터 만들어지고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인가 건덕지가 있어야 합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죠.

 

“사과도 인간도, 인간도 건축도, 무르익지 않은 도전 정신으로 넘쳐흐르는 푸른색일 때가 아름답습니다. 언제까지나 도전자가 되세요!”

안도 다다오의 이 외침이, 평소에 제가 생각하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는 저의 좌우명과 흡사하다고 생각하며 강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정상은 항상 남겨두고, 실패도 성공도 속단할 수 없는, 끊임없는 반전의 연속인 인생은 새옹지마란 교훈을 통해 자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실패도, 성공도 품고 가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통해 성공,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비로소 비울 수 있는 힘이 나오지 않을까요? 비울 때 가장 큰 열정이 나오니까요!

하상윤 하상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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