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2023.06.21 14:16:24

박병기 칼럼

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曰, 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 五者, 天下之達道也. 知仁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 一也.

천하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도는 다섯 가지이고, 그것을 행하는 방법은 세 가지이다. 군신, 부자, 부부, 형제, 친구간의 사귐 이 다섯 가지가 천하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도이다. 그리고 지혜로움과 인자함, 용맹스러움 이 세 가지는 천하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덕이다. 그러나 이것을 행하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홍익출판사. 주희 엮음. 김미영 옮김)

 

중용 20장은 공자께서 67세에 고국 노나라에 귀국한 후 젊은 제후 애공이 공자를 초청하여 정치에 대해 묻고(哀公問政) 공자께서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춘추전국시대 정치가 혼란한 것은 통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지도자가 수신(修身)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후가 선정을 베풀기 위해서는 5종류의 인간관계의 道(도)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도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3가지 德(덕)에 대해 말한다.

 

天下之達道五, 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 五者, 天下之達道也.

첫째 군신(君臣)관계는 공직 사회와 기업체에서의 서열관계이다. 직장에서는 나이보다는 직책상 상하관계가 우선이다. 나는 30에 치과의원 원장이 되었기에 서열관계에 익숙하지 않아 대인관계에서 애로를 경험한다.

 

둘째 붕우(朋友之交)관계는 평등관계이다. 과거에는 군신이라 여겨졌던 관계가 시대가 바뀌면서 붕우관계가 되어간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의 행동을 갑질이라 한다. 선출직 중 선거전에는 붕우관계에 미소 짓던 이들이 당선 후에는 군신(君臣)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선출직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대인관계의 초심도 포함되리라.

 

셋째 나에게 생명을 주고, 내가 생명을 준 부자(父子)관계이다. 내가 이 세상에 생존하고 있는 것은 우주 빅뱅 이후 존재하였던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인연에 의한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이 없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나와 배우자의 인연이 있었기에 사랑하는 자녀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현재 나의 존재는 당연하지만, 우주 빅뱅 이후 나를 존재시키려 의도하였다면 불가능하다. 유가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효는 의무가 아니라 선행이라는 법륜스님 말씀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자녀가 만 18세가 넘으면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넷째 같은 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곤제(昆弟)관계이다. 자라는 과정에서 가족이었던 형제들이 서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후에는 가족의 범위를 벗어 남을 받아들였을 때 형제들과의 관계가 편해졌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한다.

 

다섯째 자녀의 품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부(夫婦)관계이다. 부부가 공감을 통한 배려로 가정생활이 원활할 때 자녀 또한 공감을 통한 배려를 하는 품성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한다.

 

知仁勇三者, 天下之達德也,

5종류의 인간관계를 순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지, 인, 용(知 仁 勇)이 필요하다.

知(알 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과 2년 동안 ‘박병기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고민하였다. ‘나는 나다’라는 답을 얻었다. 50대가 중반이 되어 다시 ‘박병기는 누구인가?’ 묻고 있다. 나를 알면 타인도 알 수 있으리라.

나를 5가지로 분류를 하였다.

 

진실한 나,

내가 나라고 알고 있는 나,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

타인이 나라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

타인이 알고 있는 나.

 

‘진실한 나’와 ‘타인이 알고 있는 나’는 알 수 없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가 타인이 알고 있는 내가 될 것이다. 갈등이 없는 관계에서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이 존재할 때 무의식적으로 진실한 내가 나타난다. 가끔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란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에 나도 모르는 컴플렉스가 존재함을 알았다. 타인도 5가지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을 때 대인관계가 편해진다.

 

仁(어질 인)이라함은 내가 타인에게 하는 행동이 선한 의도일지라도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아는 지혜이다. 장자에 나온 이야기이다. 옛날 노나라 교외에 아름다운 바닷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새를 사랑한 노나라 임금은 술과 음식, 궁궐의 음악으로 바닷새를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런데 바닷새는 슬퍼하기만 할 뿐, 먹지도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버린다. 바닷새에게는 임금이 좋아하는 환경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새가 좋아하는 환경과 먹이를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바닷새를 사랑하더라도 새장에 가두지 않고 바닷가에 놓아주는 것이다. 임금은 바닷새의 죽음을 슬퍼만 하였지 바닷새의 고통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인은 상대에 대한 공감을 통한 배려이다. 인은 사랑이고 자비다.

 

勇(용감할 용)이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상대 감정을 받아들여 교정할 수 있는 용기이다. 타인에게 하는 선(善)한 의도의 행동일지라도 상대가 불편할 때 그것을 인정하고 나의 행동을 사과하고 고쳐야 한다. 중용 20-10에는 知恥近乎勇(지치근호용. 수치를 앎은 용기에 가깝다.) 문장이 있다. 恥(부끄러할 치)는 耳(귀 이)로 心(마음 심)의 소리를 들었을 때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논어 위정편에서 ‘나이 70이 되니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道)에 어그러지지 않았다(從心所欲不踰矩)’라고 한 데에서 나이 70을 종심(從心)이라 한다. 불가에서는 깨달음이다. 동양의 종교는 천명을 내면의 순수한 자아에서 찾았고 서양의 종교는 천명을 외부의 절대자에게서 찾았다.

 

2016년 3월부터 논어, 대학 글쓰기를 마치고 중용 글쓰기를 하며 글쓰기 명상을 하고 있다. 가끔 무의식의 컴플렉스가 나를 지배함을 받아들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함께하는 대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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