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이야기

2023.08.03 12:12:48

김여갑 칼럼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인력이 급감하면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필수의료의 비 선호는... 후반 생략”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과 소아청소년과의 오픈 런 현상, 응급실 표류 사망 사고 등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라는 기사가 있었다. 여기에서의 필수의료란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여 해당 과목의 전문의가 부족하여 필요한 지역에서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여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미 대한의사협회도 2021년 <건강보험적용방안>을 보면 “필수의료란 진료가 지연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고 필수의료를 정의하였는데 이는 사전적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질환이라도 진료가 지연되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이 정의에 의하면 모두가 필수의료인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사건들을 보면 필수의료는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 외상의학과 등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이들 진료과목들은 언급된 바와 같이 환자가 줄어서 생긴 경영의 어려움과 진료의 특성상 의료분쟁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들이 기피하여 전문의 숫자가 줄어든 과목들이다.

 

문제는 필수의료란 용어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필수의료란 용어가 현재의 의료상황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필수의료라는 용어가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대한의학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학용어개발 및 표준화위원회에 필수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정부에서는 중증·응급(심뇌혈관 질환), 분만, 소아진료를 중심으로 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으로 필수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수의료 지원을 위하여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 도입 및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 방안 등을 제시하였고, 이에 더하여 여·야할 것 없이 앞다투어 국회에서도 필수의료 인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법안을 내놓고 있는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 ①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 ② 필수과목 의료기관 경영상 어려움 ③ 필수과목 전공의 확보 문제 ④ 필수과목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 건강 우려 등의 해소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가운데 지원이 필요한 과목을 대한의사협회나 정부와 국회 등에서 필수의료라고 지칭하고 있고, 더하여 말하기 편하게 진료과목명을 호칭하게 되면서 논의의 중심이 벗어난 부분도 생겼다. 가정의학과나 영상의학과 등도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 어느 진료과목이든 중요하지 않은 과목은 없지 않나? 정말 필수의료에 포함되는 과목이 수익이 적고, 의료분쟁 위험성이 높은 이들 과목뿐일까? 소아청소년 같은 과는 몇 년전만 해도 전공의 100% 이상 지원하여 인기과목이기도 했는데 그때는 필수의료에 해당이 안 되는 것이었을까? 논의하자면 끝도 없다.

 

의학용어개발 및 표준화위원회에서는 필수의료란 용어의 정의도 불명확하지만 이미 사회에서 많이 쓰이고 있고, 정부에서도 선호하는 용어라고 하니 essential, vital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표현하여 philsu medicine, 또는 보강의료란 뜻으로 reinforcing medicine도 제시되었다. 여기서 영어를 표기하는 이유는 한글용어와 함께 영어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상황이 필수라기보다는 기피하고 있는 분야로서 급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와 적기에 적절한 공급이 되지 못한다는 뜻에서 미충족의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포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취약 weak, vulnerable 혹은 중증 critical 영역이고, 정책적으로는 필수라는 단어가 익숙하고 예산 따내기에도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보완필수의료, 취약의료에 대응하여 공백의료, 필수중증취약의료, 이것이 길면 필수취약의료도 제시되었다. 필자는 필수의료란 말이 대세가 되어 있어서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하다면 필수의료란 단어가 나오게 된 처음으로 돌아가 그때의 의미에 한정하여 정부의 정책 수립의 용이성과 의료계에 필요한 지원을 얻어 낼 수 있는 정책적인 단어로 한정하여 정의를 내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였다.

 

많은 의견을 종합하여 (필수)취약의료, (필수)공백의료, 미충족의료. 취약분야의료 등 6가지를 제안하고, 10명이 투표하여 취약의료, 공백의료가 2표, 미충족의료 1표 나머지 0표가 나왔다. 50%가 투표를 안 한 것으로 보아 위원들도 썩 마음에 드는 용어가 없었던 것 같다. 필자도 후자에 속했다. 2차로 취약의료, 필수취약의료, 공백의료 3가지를 놓고 다시 투표하였다. 취약의료라고하면 해당분야의 의료가 취약하다고도 해석되어 해당 분야의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취약의료가 80%로 선택되었다. 영어로 fragile, weak, vulnerable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할지 모르겠지만 단어 자체가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결정은 해야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해놓고 기권할 수는 없어서 次次善策으로 취약의료를 찍었다. 취약의료, 공백의료가 논리적이기는 한데 궁핍해보였다. 용어 선정에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EDI)에 justice을 더 붙여 JEDI가 중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 여기에 요즘 필자가 많이 생각하고 있는 validity(근거 있는 타당성)까지 보탰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글도 너무 단편적이어서 문맥이 잘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뜻만 통하면 될 것 같다.

 

결정 후 몇 가지 글을 읽다보니 필수의료를 일률적으로 취약치료로 바꾸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이....“여기에서 필수의료를 취약의료라고 바꾸면 이상한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되어 앞으로 이런 용어를 필요로 하는 의료사회의 배경과 요구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집안싸움만 하고 있을 뿐, 세상의 이야기꺼리 조차 없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다. 생각해 볼 것이 많아 보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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