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2023.08.30 16:46:07

배광식 칼럼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5.2.10.)’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책 말미에 “우리는 카누를 타다가 갤리선(노예들이 노를 젓는 배)을 타고, 증기선을 타고, 우주선을 타는 쪽으로 진보했으나 아무도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인류가 어느 때보다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다만 물리법칙에만 익숙해진 채 자수성가해 스스로 신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안락함과 재미를 위해, 이웃인 동물들과 주변 생태계를 사정없이 파괴하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불만족스럽고 무책임한 신(神)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을까?”로 맺음말을 하였다.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인류사로, 138억 년의 우주역사를 물리기(빅뱅부터), 화학기(빅뱅 30만 년 후부터), 생물기(38억 년 전부터), 문화시대(250만 년 전 구석기부터), 역사시대(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부터)로 분류하였다. 역사시대는 다시 세 개의 혁명을 기점으로 구분한다.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 이들 세 혁명이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끼친 영향을 살피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타 영장류들이 대체로 몇십 개체의 밴드를 이룰 수 있는데 비해, 인류는 인지혁명을 통해 지금 여기가 아닌, 과거나 미래, 보이지 않는 먼 장소 등 상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상상을 통한 신화, 전설 등을 공유함으로써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초거대공동체가 가능해졌다. 즉 국가, 신, 인권, 돈 등의 집단신화를 믿는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 이는 인지혁명의 결과로 복잡다단한 협업과 지식의 축적 교류 전달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38억 년 전 출현한 생명이 유기체로 자연선택의 법칙을 따르며 진화해왔지만, 이제 인간이 과학혁명을 통해 지적설계에 의해 빚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역사 과정 중의 수많은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것이었지, 인간자체의 변화는 아니었는데, 이제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과학이 우리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해, 우리 몸과 마음도 바뀌게 되고, 몸과 마음이 21세기 경제의 주요 생산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곧 종교에 의존하던 죽음의 극복을 공학자들이 기술적 혁신으로 그 해결책을 넘겨받아 인간강화(human enhancement)가 가능해졌다.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가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인류사라면, 그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는 인류의 미래를 다룬 인류사인 셈이다. 여기에서는 인류의 미래와 인간이 신으로 진화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탐구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를 지혜인(智慧人)으로 번역할 수 있다면, 호모 데우스는 신인(神人)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호모 데우스’에서는 그간 인류를 위협하는 역병(질병), 기근, 전쟁이 현재의 과학 지식, 기술적 도구, 정치적 지혜로 통제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전제에서 인류의 오래된 신화, 종교, 이념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만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본 것이다. 곧 유전공학에 대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태도, 인간의 노동기회를 박탈하는 로봇에 대한 사회주의의 대응, 빅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독재에 대한 자유주의의 대처, 새로운 기기 기술이 새로운 종교를 낳게 될까, 생명과학 기술의 혜택이 빈부격차 없이 골고루 주어질까, AI산업의 원재료인 빅 데이터의 독과점에 따른 문제, 그리고 로봇, AI의 악용 방지를 위한 글로벌 대응, 인간의 인지능력을 빠르게 따라잡는 인공지능의 자율주행, 질병진단, 인간의 감정 이해 등.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 저술 목적이 생태위기를 막고, 폭발적 힘을 규제할 인류의 책임과 현명한 결정을 하도록 경고하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지금의 세계질서는 모두가 거주하지만 아무도 수리하지 않는 집과 닮았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에 맞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고, 전파방지 방법을 강구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등 과학은 승리했으나, 정치인들은 세계적인 리더쉽으로 이런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한탄한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박이 성공한다면 세계질서가 붕괴하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끝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붕괴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재건할 수 있고, 우리가 창조하고 파괴하는 신과 같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최선일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할 시간이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기술은 지구상에 지옥을 창조할지도 모르지만 천국을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우리 인간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염원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낙후된 정보기술산업으로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적, 경제적 현실적응에 실패해 경제적 궁핍과 약해진 군사력으로 자국민 부양을 못하고 이웃나라들을 공갈협박하다가 결국 붕괴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하고,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는 호모 데우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다가올 몇 십 년 동안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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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식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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