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국내외의 뉴스들을 보면 전례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속도감이라고 할까요. 세상이 아주 빠른 속도로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AI기술에 대해서 칼럼을 썼지만, 이러한 기술과학 외에도 사회정치학적으로도 급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이후로 우리는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과 SNS로 지인들의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생각하고 사고하는 시간보다 정보를 주입받는 시간의 비율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갖게 되는 심리 상태는 편안함 보다는 불안입니다.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 하늘과 주변 풍경을 쳐다보는 여유보다는 스마트폰의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만의 개성보다 세상이 원하는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대로 괜찮겠냐는 불안감이 조성됩니다. 그 불안감이 재테크나 자식에 대한 사교육에 대한 과한 집중 현상이 생기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으로 과거보다 더 풍요로워진 것 맞는 것 같고 요즘 학생들의 영어를 쓰는 수준을 보면 이전보다 확실히 스마트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행복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많이 없던 시절 저도 미래를 예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고민이 되는 선택을 할 때 과거의 사례들을 기반으로 정답을 찍어줍니다. 과거에도 이런 경향은 있었으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확신찬 조언들로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대쏠림 현상은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고, 선행학습은 필수적이다, 어느 진로는 선택하면 안된다 등의 정답들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정답들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상이 정답들로 가득차면 다양성이 줄어들고 나만의 개성을 잃게 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것을 좋아하니 하게 됩니다. 이를 사회학적 욕망이라고 합니다. 사실 제가 AI기술 관련에 관심을 보이고 공부하는 것도 정말 제가 좋아해서 한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대세이니 사회학적 욕망에 따라간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고민을 해봅니다. 세상이 관심 있어 하는 일이라기 보다 내가 고유하게 관심을 가질 일이 무엇일까? 아니면 세상이 관심이 있어도 그것을 내가 고유하게 소화해서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말입니다. 연구년을 오면서 시간이 많아지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할 소재를 찾는 것은 시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거창한게 아니어도 되긴합니다. 힘들고 기분이 안좋을 때 그것을 하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또는 즐거울 때 그것을 하면 더 즐겁고 거기에 약간의 뿌듯함까지 느껴지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운동이나 요리에 빠져도 좋고, 글쓰기나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취미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면 그 경우 부업이 될 수도 있고, 대가 수준까지 가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부업까지 가는 경우도 확률적으로 희박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에 번뇌를 잊을 나만의 세계관이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 저는 컴퓨터를 하는 것을 확실히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적 게임을 좋아했었고, 게임 외에 컴퓨트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도 신기하고 좋아했었습니다. 지금도 이것으로 무언가 하려고 하는데 나이가 그때와 달라서 그런지 과거만큼 세상을 잊고 이것만 매달려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도구로 어떻게 쓸지 계속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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